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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회피’로 주목받는 섬나라…동남아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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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06.05 09:31:01

美기업 생산기지 이전 러시…베트남·말레이 등 대체
''작은 섬''이지만 자유무역지대 입주시 특혜 ‘한가득’
면세·저임금에 미국과 근접해 배송기간 크게 단축
땅·인력 부족 한계…“亞 대체 생산기지 성장 가능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도미니카공화국이 새로운 ‘관세 회피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데다 세금 면제 혜택에 임금까지 저렴해서다.

도미니카공화국 자유무역지대의 한 공장 내부 모습. (사진=AFP)


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고품질의 자수 및 맞춤형 패치를 제조하는 미국 기업 월드엠블럼(World Emblem)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마자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의 적용을 받지 않는 상품으로 관세 부과 대상을 한정했지만, 무역 불확실성만으로도 월드엠블럼은 생산기지 이전을 결심했다.

랜디 카 월드엠블럼 최고경영자(CEO)는 “관세가 너무 갑작스럽고 강하게 다가왔다. 25% 관세는 미쳤다고 생각했고, 바로 공급망을 바꿔야 한다고 느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한) 그 다음 주에 바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고 회상했다.

월드엠블럼은 그동안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서 전체 생산의 65%를, 중국에서 30%를 담당했다. 다른 미국 기업들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리는 동안 이 회사는 미국과 가까운 도미니카공화국을 선택한 것이다. 카 CEO는 도미니카공화국을 알게 된 계기에 대해 “챗GPT 덕분”이라고 밝혔다.

월드엠블럼이 도미니카공화국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자유무역지대(free zones) 때문이다. 총 92개의 자유무역지대가 있는데,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소득세, 수출세, 수입세, 기계·지적재산권 관련 세금 등 거의 모든 세금이 사실상 100% 면제된다. 미국·유럽연합(EU) 등 4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도 우대된다.

아울러 자유무역지대는 ‘턴키’ 서비스와 기술인력 양성 학교까지 갖추고 있어 기업들이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항만·공항이 가깝고 지리적으로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마이애미까지 선박으로 3일, 뉴욕까지는 5일이면 도착한다. 아시아에서 미국까지 3~6주가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배송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에 92개 자유무역지대에는 85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헤인즈, 팀버랜드, 이튼, 록웰오토메이션, 카디널헬스 등 미국의 주요 제조·IT·의료기기 기업들은 이미 도미니카공화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월드엠블럼은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연간 수백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0만평방피트(약 9300㎡) 규모의 공장 착공에 들어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전체 생산의 30~35%를 이곳에서 담당할 계획이다.

(사진=구글맵스)


다른 미국 기업들도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니어쇼어링’(근거리 생산기지)으로 경쟁력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제조업이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약 20%가 제조업에 집중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도미니카공화국의 FDI는 전년대비 7.1% 증가해 중미 전체 FDI의 41%를 차지했다. 그 결과 도미니카공화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54억달러 흑자를 기록 중이다.

컨설팅 업체 아우판트 글로벌 어드바이저리의 마리노 아우판트 대표는 “도미니카공화국은 해변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제조업 강국으로는 덜 알려져 있다”며 “최근 중국에서 미국 기업들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생산을 이전하거나 이전 계획을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미니카공화국이 한국(남한)의 절반 크기에 불과해 자유무역지대 확장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전체 노동력도 540만명에 그쳐 대규모 제조업 확장에 인력 부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는 엔지니어 등 고급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지만, 더 많은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프라와 인재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아우판트 대표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제조업 성공 사례를 아직 모르는 기업이 많다. 이러한 정보 부족이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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