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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올해 암호화폐 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꼽히는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업그레이드(머지)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장단기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더리움 가격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불과 일주일 뒤인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가 암호화폐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어 단기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15일 지분 증명 방식(PoS)을 선택해 탄소 발자국의 99%를 줄이는 ‘머지’ 업그레이드를 완료할 예정이다. 미 IT 매체 씨넷은 “머지가 성공하면 전력 요구량의 99%를 낮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더리움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싱가포르와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 업그레이드는 비행 중인 비행기가 엔진을 갈아 끼우는 작업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작업으로 완료 후 예상치 못한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머지 이후의 이더리움 가격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업그레이드 기대감은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많은 대형 투자자들이 7년 동안 진행된 이 업그레이드가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투자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50% 넘게 하락한 이더리움은 업그레이드가 다가올수록 서서히 상승해왔다. 6월 이후엔 90%가량 올랐다. 오히려 이런 투자자들이 업그레이드 완료 ‘뉴스’에 차익 실현에 나선다면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업그레이드가 끝난 뒤에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더리움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기업들이 이더리움에 투자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도 쉬워질 것이라는 이유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디크립트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연구원들을 인용해 “머지가 기관투자자들의 이더리움 채택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보통 이더리움 채굴자(검증자)들은 비싼 채굴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일정 부분의 암호화폐를 내다 파는데, 이더리움이 지분증명 방식이 되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더리움 가격이 업그레이드 성공으로 상승하더라도 ‘먹구름’ 요인은 또 있다. 연준의 행보다. 연준은 오는 20~ 21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8.3%를 기록하면서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1%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주식 시장, 특히 나스닥과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여왔다. 암호화폐 시장이 이번 주 이더리움 업그레이드와 다음 주 연준의 금리인상 문제에 직면하면서 시세가 ‘롤러코스터’를 탈 수도 있다.
빗썸은 “현재 이더리움 선물의 경우 약세(숏) 심리가 우세한 상황이라 머지가 성공하면 ‘숏 커버링(매도 포지션을 종료시키기 위해 매수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 유입되면서 가격이 오버슈팅(단기 급상승)할 수 있다”며 “반면에 실패할 경우 비우호적인 매크로 경제 여건과 맞물려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