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고위직 14명 ‘블랙리스트’ 추가…홍콩 의원 박탈에 고강도 대응

방성훈 기자I 2020.12.08 12:05:54

美국무부 “中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14명 제재 명단에 포함”
홍콩 독립 반대한 의원 4명 자격박탈 따른 조치
폼페이오 "中, 홍콩반환협정 위반…14명에 책임 묻겠다"
中 “국가 주권에 개입…안보이익 수호할 것” 경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최고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제재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홍콩 야당 의원의 자격을 박탈한데 따른 고강도 대응이다. 특히 제재 대상이 한국의 국회부의장 격인 중국의 최고위직 인사들인 만큼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왕천과 차오젠밍, 천주, 우웨이화 등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전인대 상무위가 홍콩의 독립을 주장한 야당 의원 4명에 대해 의원직을 박탈한데 따른 ‘무더기’ 제재다. 전인대 상무위는 지난달 11일 홍콩 입법회 의원의 자격요건에 대한 결정을 채택하면서 홍콩 정부에 의원직 박탈 권한을 부여했고, 홍콩 정부는 즉시 야당 의원 4명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나머지 야당 의원 15명 전원은 이에 반발해 사직서를 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홍콩의 민주적 절차를 겨냥한 중국의 끊임없는 공격은 (홍콩 국회인) 입법회를 의미 있는 야당이 없는 ‘고무 도장’으로 만들면서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도장을 찍어주는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중국 전인대 상무위는 대표자를 선택할 홍콩 주민의 능력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반체제 인사를 억압하고 이에 항의하는 이들을 체포하는 근거인 홍콩 국가보안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중국이 홍콩반환협정에 따른 국제적 약속을 완전히 무시한 또 하나의 사례”라며 “14명의 부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가 반체제 인사 억압정책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의 (제제) 조치는 미국이 동맹 및 파트너들과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 약화에 책임을 지도록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중국에 국제적 약속을 준수하고 중국의 행보를 규탄하는 많은 나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힘주어 밝혔다.

미 정부의 이번 제재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상은 물론 직계 가족들까지 미국 방문이 금지되며, 미국 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도 동결된다. 또 미국인 또는 미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되고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 역시 불가능해진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정권을 넘겨주기 전 중국 지도부 서열 3위인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날 재무부 발표에선 제외됐다. 전인대 상무위원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되며 그야말로 중국 공산당 내 최고위직에 해당된다. 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만약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면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에 고강도 제재를 가하면서도 수위는 조절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이 홍콩 관련 추가 제재를 단행하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홍콩 야당 의원들의 자격박탈 관련해 중국 인사를 제재할 것이라는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국은 단호한 조치로 국가의 주권과 안보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홍콩 문제에 개입하고 중국 인사에 대해 이른바 제재를 하는 것에 시종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는데, 중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동한다. 홍콩에 대한 어떤 외국의 간섭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콩 입법회 의원의 자격을 정한 것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보완하고 홍콩의 법치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일이었고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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