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미운오리새끼` 카드사

최한나 기자I 2004.09.01 19:38:24
[edaily 최한나기자] 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비씨카드와 이마트간 가맹점 계약은 결국 전면 해지됐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과거를 잊은 카드사의 지나친 만행`이라고 비난하는 시민들에게 경제부 최한나 기자가 이 사태를 이성적으로 보기를 권합니다. 카드업계 대표주자인 비씨카드와 국내 최대 할인점 이마트가 `쎄게` 붙었습니다. 가맹점 수수료 인상 여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던 양측은 결국 `이마트 전(全)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파국을 빚어냈습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대다수 시민들이 `이마트 편`을 들고 있더군요.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관련 기사마다 잔뜩 매달린 댓글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마트, 절대 밀리지 마라. 화이팅! (네티즌 jun2604님)` `카드사와 이마트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카드수수료 오르면 고스란히 소비자한테 돌아옵니다. 카드사만 편하게 배불리는거죠.(네티즌 ahk007up님)` `힘내라 이마트. 이 나라 망쪼 들게 한 카드사들을 반드시 응징하길.(네티즌 kangmg0707님)`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 조치를 못마땅해 하고 있습니다. 올초부터 꾸준히 올려온 각종 수수료로도 모자라 거래상 약자인 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 인상을 강행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입니다. 수수료를 올려 과거 부실을 메우려는 처사는 옳지 못하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오르면 결국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이번 수수료 인상은 과거 부실을 메운다기보다는 앞으로의 부실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금서비스 규모를 줄이고 카드사 본래의 업무인 신용판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죠. 신용카드로 결제때마다 손실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신용판매 비중을 늘릴 수 있겠습니까. 가맹점 수수료가 오르면 소비자가격이 올라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논리도 일리가 있지만 약간 매도된 측면이 있습니다. 수수료가 올랐다고 소비자가격 또한 올라야 한다면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됐던 시절에는 응당 소비자가격도 낮춰졌어야 했는데 그런 일 없었다는 게 카드업계의 주장입니다. 유통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인상분을 즉각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결국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몫을 소비자에게 넘기겠다는 의도로도 비춰집니다. 인상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어서도 곤란하지만, 원가부담이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것도 옳지 못합니다. 사실 카드업계가 이처럼 시민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은 `지워지지 않는 과거` 탓이 큽니다. 길거리 모집을 통해 카드를 대량으로 발급하고, 철저한 신용심사 없이 현금서비스를 허용해 신용불량자 양산에 큰 공을 세운 `원죄` 말입니다. 카드사들도 이같은 과거를 부인하지 못합니다. 회원수를 늘리고 카드 발급수를 늘리는데 치중해 질적 경영을 하지 못했던 잘못은 백번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의 일방적인 비난에는 `억울하다`고 하소연 합니다. 카드사는 이번에 결정된 인상분이 원가를 따져가며 산출해낸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그나마 가맹점측 부담을 고려해 원가에 못미치는 수준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런데도 덮어놓고 카드사를 비난만 하는 것은 `지나친 편파`라는 항변입니다. 카드사는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원가 분석 자료도 내놓고,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나름대로는 적잖이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시민들은 카드사가 `약한` 가맹점을 상대로 횡포부린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시민단체의 중재로 삼일회계법인이 조사한 원가 분석에 따르면 적정 가맹점 수수료는 4.7%로 여기에는 대손비용 2.3%, 금융비용(자금 조달 금리 등) 0.63%, 프로세싱 원가 1.05%, 서비스 원가 0.64% 등이 포함됩니다. 가맹점측에서 부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대손비용을 제외한다고 해도 2.4%로 현 1.5% 수준보다 높습니다. 또 가맹점측은 카드사가 공개한 원가분석 자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공신력있는 회계기관에 다시 맡겨보자는 카드사측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십년전 부친의 과거사에 얽혀 당의장을 사퇴한 사례도 나오는 마당에 2~3년전 경제대란의 죄를 물어 카드사를 비난하는 게 뭐가 부당하냐고 말하는 이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미워하는 것과 이성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다릅니다. 가맹점이나 신용카드사가 자선단체라면 모를까 손해보면서 장사하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이유와 절차를 내놓았다면 그것의 옳고 그름에 따라 판단해야지, `원죄`만을 캐묻고, `경제가 안좋으니까 인상은 무조건 반대`라는 감성적 편가르기는 삼가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앞으로는 불필요한 미움을 받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가는 것 또한 카드사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구요. 어쨌든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럴수록 이성의 잣대를 들이대어야지, 너무 감정적이면 본질이 안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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