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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에 운전 시키니 깜빡이 켰다…뇌지도 공개되자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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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기자I 2026.09.15 1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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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인사이트
구글·자넬리아 등 수컷 초파리 ‘뇌 배선도’ 완성
공개 일주일 만에 게임·운전·비트코인 투자까지 등장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초파리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개발자 마크 언생크의 더 드라이빙 플라이(The Driving Fly). (사진=엑스)
개발자 마크 언생크의 더 드라이빙 플라이(The Driving Fly). (사진=엑스)
일단 방향을 틀기 전 ‘깜빡이’는 켰다. 도로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 앞차가 움직이지 않자 경적까지 울렸다. 다만 평행주차는 50번 시도해 50번 모두 실패했다.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운전하는 초파리’ 이야기다. 물론 살아있는 초파리에게 정말로 운전을 시킨 건 아니다. 초파리 뇌에서 측정한 ‘신경 연결망’을 컴퓨터에서 구현한 모델에게 운전을 시키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개발자 마크 언생크의 더 드라이빙 플라이(The Driving Fly). (사진=엑스)
개발자 마크 언생크의 더 드라이빙 플라이(The Driving Fly). (사진=엑스)
이런 황당한 실험이 가능해진 건 지난 3일 구글리서치와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 연구캠퍼스 등 국제 연구진이 초파리 ‘뇌 지도’를 통째로 공개하면서다. 연구진은 수컷 초파리의 뇌와 중추신경계 전체를 연결한 ‘커넥톰(connectome)’을 공개했다.

커넥톰은 뇌 속 신경세포가 어느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있는지 지도처럼 그린 일종의 ‘배선도’다. 연구진은 초파리 뇌를 매우 얇게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하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수많은 2차원 사진을 다시 3차원으로 이어 붙였다. 이렇게 찾아낸 신경세포는 16만6691개, 시냅스 연결은 약 1억2500만개에 달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연구진의 목적은 뇌가 감각을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내보내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뇌 지도가 무료로 풀리자 전세계에서는 이 지도를 가지고 특이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뇌 지도를 컴퓨터에서 돌려 게임을 시키고, 비트코인 투자를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엑스에서는 개발자들이 시도한 다양한 ‘초파리 실험’이 등장했다. 초파리에게 운전을 시킨 건 개발자 마크 언생크(Mark Unthank)의 ‘더 드라이빙 플라이(The Driving Fly)’ 프로젝트다. 초파리 신경망으로 모델을 만들고 가상의 초파리 몸을 붙였다. 초파리 앞다리가 운전대를 움직이면 자동차 시뮬레이터에서 운전을 하는 방식이다.

이 초파리는 운전 중 회전교차로에 들어서자 앞다리로 ‘방향지시등’을 켰다. 빨간 신호등에서 멈춰 있다가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자, 아직 출발하지 못한 앞차에 0.117초만에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다른 실험에서는 16초동안이나 경적을 울리며 앞차와 부딫히는 과격한 운전도 했다.

초파리에게 고전게임을 시킨 개발자도 있었다. 개발자 제시카 파켓의 ‘Fly64’는 게임 화면을 초파리의 시각 입력으로 변환하고, 방향 전환이나 전진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행성 뉴런의 신호를 마리오 조작에 연결했다. 리듬에 따라 블럭을 자르는 게임 ‘비트세이버’도 플레이하는 영상도 나왔다.

가상화폐 투자를 시키고 수익률을 보는 초파리도 생겼다. 개발자 알렉스 워머스는 BTC 가격 그래프를 이미지로 만들어 초파리의 시각 뉴런에 보여주고, ‘산다’, ‘판다’, ‘가만히 있는다’ 중 하나를 결정하도록 시켰다. 수익이 나면 도파민이 방출되고, 손실이 나면 다른 도파민 뉴런 2개에 신호를 넣었다. 초파리는 100달러를 가지고 1달러의 수익을 냈다가 이날 다시 마이너스 수익으로 전환한 상태다.

다만 진짜로 초파리가 생각하며 운전과 게임, 투자를 하는 건 아니다. 초파리 뇌지도는 초파리의 기억이나 의식이 아니라 뇌의 연결 구조다. 뉴런이 연결된 구조를 파악한다고해서, 초파리가 순간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신호를 내보내는 것까지는 알지 못한다. 실제 개발자들이 초파리 뇌지도로 만든 실험도 초파리의 생각을 이용한 것이 아닌, 초파리 뇌의 구조를 본떠 만든 회로에 사람이 게임과 운전, 투자 규칙을 연결한 것에 가깝다.

깜빡이는 꼬박꼬박 켜면서 정작 주차는 50전 50패. 초파리에게 ‘운전 실력’이란 없다. 있는 건 신경세포 16만 개와 그것을 자동차에 연결해본 사람의 상상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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