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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한 이들 법안들에 대해 무기명으로 재표결을 진행해 모두 가결 정족수인 출석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부결시켰다. 이들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극명한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재표결엔 국회의원 300인 전원이 참석했다.
김건희·채해병 특검법의 경우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여당 내에서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재표결에서의 가결 정족수는 출석의원의 3분의 2인 만큼, 200표를 확보해야 한다. 지역화폐법의 경우 찬성 187표, 반대 111표로, 무효 2표로 부결돼, 오히려 야당 내에서 최대 5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여당의 강력 반발에도 이들 법안들을 처리했다.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국민의힘은 가결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백 수수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도이치모터스 의혹 관련해서도 무혐의 처분이 유력해지며 민주당은 여당에 특검법 동의를 강하게 압박해왔다. 하지만 여당은 “특검법은 탄핵 빌드업”이라며 당론을 통해 반대 투표하기로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공식적으로 재의요구해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낸 바 있다.
◇‘당론 반대’에도 與서 확인된 이탈표…野, 공세 강해질듯
야5당은 본회의 재표결에서 법안 부결 직후 국회 내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권은 짧고 역사는 길다. 국민을 잠깐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지금 그들이 잠시 이겼다고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국민이 이긴다”며 “진실을 밝혀낼 때까지 정의가 승리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용산과 국민의힘이 아무리 방탄을 해도 김건희씨 처벌은 시간문제”라며 “오늘 김건희특검법을 다시 부결시킨 국민의힘은 김건희씨의 공동정범이 됐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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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표결서 부결된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수사 대상엔 기존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의 의혹에 더해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해병 특검법의 경우 특검 추천은 제3자인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하되, 야당에게 비토권을 주도록 했다. 이들 쌍특검법안은 역대 최대 규모였던 국정농단 특검보다 더 큰 매머드급 수사팀을 구성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날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해 “정부가 이전에 비슷한 법안을 재의요구 당시 지적한 위헌성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가중됐다”며 재의요구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장관 “인권보장은 대통령 의무…거부 안하면 헌법 위반”
박 장관은 “사법시스템의 기본원칙인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법안들”이라며 “사건 관계인이 수사와 재판 담당할 검사와 판사 선택할 수 없는 건 사법 시스템 기본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하고, 대통령이 야당 추천인사를 3일 내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강제로 임명되는 것은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인사권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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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그러면서 “특정인을 대상으로 모든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원들이 문제 삼았던, 표적수사, 별건수사, 과잉수사 우려가 오히려 더 심화된 형태로 규정돼 있다”며 “국민의 인권보장은 대통령의 의무이기에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쌍특검법과 함께 부결돼 폐기된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은 행정안전부가 5년마다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매년 세부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아울러 현재 재량 사항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의무 사항으로 변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본회의에서 “지역화폐법은 헌법의 기본 원칙인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크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침해, 지역사회 균형발전 역행 등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제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