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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완전월급제로 공멸 위기감"…국회, 법개정 속도낸다

한광범 기자I 2024.08.12 16:30:58

20일 시행 앞두고 택시월급제 폐지·유예 논의 가속도
타다금지법 논의시 택시업계 요구 수용…결과적 실패
월급제 주장하던 택시노조마저도 "시행 불가능" 인정
현실에선 유사사납금 횡행…현실과 따로 노는 택시법

지난달 28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인근 도로에 손님을 태우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오는 20일 택시완전월급제의 전국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4년 전 먼저 도입한 서울에서 제도적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택시노조도 법안 개정에 찬성하는 상황이다.

1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조만간 교통소위에 택시 단체들을 불러 택시완전월급제 개정을 위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국회 국토위는 오는 20일 택시완전월급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더라도 빠르게 택시완전월급제 개선안을 도출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택시완전월급제는 2019년 택시 사납금 폐지와 함께 법인택시 기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입법됐다. 기존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법인택시 시스템으로는 택시 서비스의 질 개선이 요원해, 결국 택시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배경이었다.

개인 사업자인 개인택시와 달리 택시회사 소속인 법인택시 기사의 경우 근태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납금’에 기반을 두는 임금 구조를 수십 년 간 운용했다. 실제 근무시간과 무관하게 택시회사와의 협의로 정하는 ‘소정근로시간’을 통해 책정된 매우 적은 금액의 기본급에 더해, 사납금 이상의 수익은 인센티브 형식으로 가져가는 형식이었다.

기본급은 통상 월 100만~150만원 수준이었고, 사납금을 채우지 못할 경우엔 월급에서 그만큼을 공제했다. 일한 만큼 임금을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지만 이와 동시에 과속과 승차거부 등 택시 서비스의 질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일한 만큼 벌고 싶다”…기사 65%가 반대

사납금제 속에서 법인택시 기사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지적 속에 법인택시 기사들로 구성된 택시노조의 수십년 동안 사납금 폐지와 완전월급제 시행을 국회에 요구해왔다. 그리고 렌터카의 유사 운송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의 ‘타다 금지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되던 2019년, 국회는 택시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여야 합의로 사납금폐지(전액관리제)와 완전월급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식적으로 사납금은 2020년 1월 폐지됐다. 완전월급제는 2021년 1월 서울에서 우선 시행에 들어갔다. 소정근로 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보장해 기사들에게 안정적 급여를 주도록 한 것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법 공표 후 5년 내 다른 지역에서도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 외 지역에서의 시행이 되지 않던 와중에 공표 5년이 되는 오는 20일 전국적으로 자동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서울역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 (사진=연합뉴스)
법인택시 기사의 안정적 수입 확보와 그로 인한 택시 서비스 질 개선이라는 목적에 도입된 제도였지만, 지난 수년 동안의 시행 결과 두 제도는 철저히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시스템이 문제가 됐다. 기사들의 일할 유인이 떨어지며 이는 곧바로 택시회사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됐다. 남아있는 기사들의 근태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됐다.

결과적으로 택시업의 높은 업무강도에 더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인센티브마저 줄어들며 법인택시 기사를 떠나는 사람이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수익이 크게 늘어난 음식 배달과 택배 등 유사업종 종사자로 이동이 늘어나며 법인택시는 기사난에 시달리게 됐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앤데믹 이후 택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정부가 개인택시 3부제(2일 근무 후 1일 휴일)를 폐지하며 택시업계 경쟁을 더욱 치열해지며 악순환을 키웠다. 전국 택시 25만대 중 약 3분의 2인 16만대가 개인택시다.

◇풀타임 근무만 가능한 현제도…‘택시기사난 가중’ 지적

결국 현장에선 다수 택시회사들이 노사 합의를 통해 과거와 같은 유사 사납금제을 운영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행법상 불법임에도 기사 근태관리가 어려운 사측과, 일한 만큼 수익을 얻고 싶은 기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사실상 법과 현실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2022년 9월 법인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64.7%가 택시완전월급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법인택시 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지자 결국 택시노사도 머리를 맞댔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택시회사는 물론 기사들까지 공멸할 수 있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노조원이 가장 많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산하)이 지난해 10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택시완전월급제 개정 적극 추진에 합의했다. 올해 6월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민주노총 산하)도 법인택시협회 측과 “택시완전월급제 시행이 불가능한 현실”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상대적 소규모 노조인 법안 시행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토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법 개정안은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 40시간 미만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택시완전월급제 시행을 노사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소정근로시간을 현행처럼 주 40시간 이상으로 고정할 경우 파트타임, 격일 또는 주말 근무 등 다양한 근로체계가 사실상 금지돼 법인택시 기사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법안을 강력 지지하고 있다. 택시 노사가 개정안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토위 소속 의원들 역시 다수가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보이는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서울보다 택시산업이 더 열악한 지방에서 완전월급제가 시행될 경우 서울에 비해 부작용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택시완전월급제 개선 방식에 대해선 현재 국토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개정안 자체에 찬성하는 입장이 다수인 상황에서 국토부 2차관 출신인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본적인 택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완전월급제 폐지보다는 정부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1~2년 정도의 유예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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