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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창문 못 열어” 선거 유세 소음에 시민들 ‘스트레스’

김형환 기자I 2022.05.26 14:23:46

19~23일 정오 기준 선거 소음 신고 1241건
대선·지방선거 150㏈…비행기 이륙 소리 수준
전문가 “스트레스 심각…현장 적발 등 필요”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힘내라면서 출근 인사하는데 오히려 시끄러워 골치가 아파요. 선거 때마다 참...”

안양에 사는 박모(37·여)씨는 출근 인사 중이던 선거 유세 차량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구청장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로고송을 크게 틀어놓고 시민이자 유권자에 인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곁을 지나는 시민들의 시선은 박씨처럼 싸늘했다.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에 귀를 막고 지나가는 시민도 있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지난 19일부터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선거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유세가 시작된 지난 19~22일 기준 전체 소음 신고는 9570건으로 전주 동기 대비(6444건) 32.6% 증가했다. 23일 정오까지 집계된 선거운동 관련 소음 신고는 1241건으로 나타닜다.

이번 지방선거는 확성장치의 음압 수준을 제한하는 첫 번째 선거지만, 허용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12월 말 소음 규제 기준을 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확성장치에 소음 규제 기준을 마련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선거 유세 차량에 부착된 확성장치는 음압수준 127㏈(데시벨)을 초과하면 안 된다. 다만 대통령과 시·도지사 선거는 150㏈까지 가능한데, 이는 비행기 이륙 소리와 같은 수준이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허용치라는 점에서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들은 시끄러운 유세 차량 소리에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 중인 김모(32·여)씨는 “힘들게 아기를 재우고 나도 좀 쉬려고 하면 밖에서 시끄러운 선거 운동 소리가 들려 쉬지도 못한다”며 “112에 신고했더니 선거관리위원회에 연락하라고 한다.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노원구에 거주 중인 강모(38·남)씨는 “새벽까지 일하고 늦은 새벽에 잠이 들었다가 밖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깼다”며 “창문을 닫아도 시끄러웠다. 집 앞에서 차량에서 나오는 노래 소리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시민들의 소음 민원을 받는 경찰들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한 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A 경위는 “선거 소음 민원은 경찰관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현장에 가서 민원이 들어왔으니 소리를 조금 조정해달라고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운동용 음향 장비 등에 대한 사전 표지 교부 방식을 통해 소음을 억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전 표지는 미리 점검한 선거 운동용 음향 장비의 최대 음향이 법으로 정한 수준을 넘지 않으면 발급하는 제도로 사전에 제한한다는 취지다. 선관위 관계자는 “음향 장비 등을 사전 점검한 뒤 표지를 교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장에선 공정선거점검단이 표지가 있는지 확인해 허가되지 않은 장비를 제지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앞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상인 및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전문가들은 사전 표지 교부와 같은 소극적 방식이 아닌 현장 적발 등 적극적인 방식의 규제와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량을 올렸다가 낮추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법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규정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로를 다니면서 유세송을 크게 트는 모습들은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절한 (음량) 수준을 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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