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가격 급등 원인 중 하나로 시중 과잉 유동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축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은이 제시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주열 총재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위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워낙 높은 상황이라 당분간 완화 기조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40여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이 문장을 다섯 차례나 반복했다.
이는 최근 주택가격 급등으로 인한 금융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실물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현행 0.50%에서 동결했다. 지난 3월과 5월 각각 0.50%포인트, 0.25%포인트를 내린 만큼 당분간 기존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앞서 5월 28일 열린 금통위에서는 연 0.75%였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로 낮춘 바 있어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는 동결이 유력시됐다.
이번 금통위 관건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 과열 상황에 대한 이 총재의 평가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강화에 맞춰 금리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실효하한의 제한적 여력 등을 강조하고 나설 경우 시장금리는 다시 요동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면서도 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해 내린 결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주택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상당히 확고하고,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는 지난달 25일 물가안정목표설명회 당시와 비교해 약 3주만에 크게 후퇴했다. 코로나19 확산세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 우려가 들 정도라고 했다. 이에 한은 금통위는 이날 5월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0.2%에서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3주만에 중요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며 “7월들어서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있고,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3분기 이후 수출 개선세가 지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확산세는 워스트 시나리오로 가는 우려가 들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5월 전망 당시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되면 -1.8%의 성장을 제시했는데, 이정도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면서 “추가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금리 외에 비전통적 공개시장운영, 양적완화 등 추가적인 완화 조치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