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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P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말 의회를 통과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슈퍼부양책’에 포함된 프로그램이다. 직원 500명 이하 중소기업은 직원급여나 렌트, 유틸리티 비용으로 2년간 최대 1000만달러의 무담보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첫 시행 이후 2주도 채 안 돼 자금이 바닥났다. 결국 미 의회는 추가 지원 논의 끝에 지난 21일 상원에서 총 4840억달러 규모의 추가 예산지원 법안을 통과시켰고, 3100억달러를 PPP에 할당했다.
그러나 1차 대출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2차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꼭 필요한’ 곳에 돈이 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거리의 평범한 식당이나 카페 등을 위해 마련된 이 돈이 당초 정책 목표와 달리 대형 식당가맹점, 호텔업자, 상장법인 등 그나마 자금 ‘여유’가 있는 곳들로 대거 흘러들어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지아주의 한 회사는 법무부 조사를 해결하기 위해 650만달러를 쓴 뒤 2주 뒤 코로나19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1000만달러를 대출받았다. 또 오토웹이라는 회사는 140만달러를 지원받은 뒤 최고경영자(CEO) 2019년 급여로 170만달러를 지급했다고 밝혔고, 오하이오주의 인텔리네틱스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83만8700달러를 대출 받은 다음 주 경쟁 회사를 3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1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 유명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을 비롯해 폿벨리 샌드위치와 ‘타코 카바나’를 소유한 피에스타 레스토랑그룹, 미국 최대 회전초밥 체인인 구라스시, 루스스 크리스 스테이크하우스 등 대형 업체들이 거액의 긴급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틀랜타에서 리츠 칼튼 호텔 등을 운영하는 애쉬포드는 무려 5300만달러를 받았다. 단일 기업이 받은 대출 금액 중엔 최대규모다.
NYT는 “수많은 대기업들이 수백만달러를 지원 받았고, 수많은 소규모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고 꼬집었다. 앞서 NYT는 지난 22일 “호화 대형 호텔 체인이 최대 수혜자”라며 “중견 외식 기업 등, PPP의 타깃이 아닌 기업들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미 재무부는 2차 PPP를 앞두고 지난 23일 대출을 받으려는 해당 기업이 그 필요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현실과 괴리가 큰 일부 규정도 1차 PPP 대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으로 꼽힌다. 중소기업들은 PPP를 통해 매달 급여로 나가는 돈의 최대 2.5배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최소 8주 동안 고용을 유지하며 급여를 지급할 경우 대출받은 돈은 전액 면제된다. 또 대출금 중 일부는 임대료나 시설운영비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2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나오미 포메로이씨는 식당 한 곳에 대해서만 대출이 승인됐다. 그는 NYT에 “대출이 승인됐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돈을 받아야 할 것인지 고민”이라며 “식당을 한 곳만 열고 직원 전원을 다시 고용해야 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또 이미 해고당한 직원들의 경우 부양패키지에 따라 실업수당에 주당 600달러가 포함돼 급여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NYT는 포로이씨가 대출금 중 일부를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내부 테이블 개조를 위해 쓰고 싶어하지만, 이 경우 대출금 면제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예산은 순식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PPP에서 지원을 받지 못한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2차 PPP 개시만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보증융자기관협회의 토니 윌킨슨 회장은 “스위치가 켜지는 동시에 돈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2차 PPP마저 빠르게 소진되면 수많은 사업주들이 추가 지원을 원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프로그램을 완전히 충족시키려면 1조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