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계속되는 업황 침체에 허덕였던 해운사에 정부가 ‘선박은행(Tonnage Bank)’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그러나 지원 규모·대상 등을 고려했을 때 한진해운(117930)과 현대상선(011200)에는 별 다른 수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4일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 해운보증기구와 연계해 1조원 규모의 중고선을 매입하는 선박은행을 조성하는 방안을 담았다.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해운업계에 공급될 예정이지만 주가의 반등 폭은 크지 않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새 경제팀의 정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23일 종가 대비 이날까지 각각 0.52%, 0.50% 오르는 데 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지원 대상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박은행은 특수목적법인(SPC)이 선박펀드(선박투자회사)의 후순위대출과 금융기관의 선순위대출을 제공받아 해운사와 용선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운사는 보유한 선박을 양도해 유동성을 공급받을 뿐 아니라 용선계약으로 해당 선박을 운영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해운보증기구는 민간 선박펀드의 후순위 대출 일부를 보증해 신용을 보강토록 했다.
민간 선박펀드는 화주가 있고 선령이 낮으며 영업현금흐름이 좋은 벌크, 탱커 등을 위주로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구계획에 따라 이번 달을 전후해 벌크선사업부문과 LNG운송사업부문을 매각했다.
캠코선박펀드는 컨테이너선 위주로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소선사가 대상이라 한진해운·현대상선과 같은 대형사가 혜택을 볼 가능성이 낮다.
지원 규모도 해운업계의 어려운 자금사정에 비해 부족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지난 3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각각 6조5902억원, 5조6453억원에 이른다. 1분기에만 이자비용으로 각각 800억원, 600억원 정도를 냈다. 선박은행 자금 1조원은 한해 이자비용 값에 불과한 셈이다.
장부상 현금·현금성자산이 각각 1753억원, 3051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해운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임정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박은행으로 중고선 매각이 용이해질 경우 해운사의 자금 확보에 긍정적”이라면서도 “국내 해운업체의 자금 소요가 이미 막대해 관련 기업의 유동성 부담을 궁극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