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적 결제통화를 지니지 못한 원죄가 있다”며 아시아의 금융시장 통합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IIF 아시아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아직까지 아시아 금융시장 통합은 요원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세기에만 수십번 발생한 위기의 구체적 원인은 다를 수 있지만, 반복되는 위기의 원인은 항상 동일하다”며 “소규모 개방경제인 아시아의 원죄는 자신의 통화가 국제적 결제통화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외국통화를 빌려서 무역과 투자를 해야 하지만,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경우 경제의 버블이 꺼지고, 공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한국 속담인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아프리카 속담인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는 비유를 들며 아시아 국가의 금융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경제가 서로 협력해 지역과 글로벌 수준에 맞는 시스템 리스크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며 “지역적 금융 안정성과 성장은 아시아 경제협력의 열쇠”라고 했다.
이를 위해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 등 지역안전망을 강화하고, 지역의 자본시장을 통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위원장은 “CMIM 등 지역안전망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사후접근 방식인 만큼 아시아 지역 내 거래를 활성화해 자본시장을 통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 신용보증 및 투자시설(CGIF) 설립 등이 일례이지만, 증권과 펀드시장 등 더 많은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독과 규제의 협조를 꼽았다. 그는 “금융규제와 감독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너무 자주 간과되고 있다”며 “금융위기를 통해 국가간 경계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어 국가보다는 지역적 수준의 금융규제 감독의 프레임 워크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같은 지역적 감독과 규제의 논의는 아시아 지역의 자본시장 통합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30년의 관료생활은 위기와의 계속된 싸움이었다”며 경험을 통해 5가지 주요 위기 핵심 지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핵심지표는 외환보유액, 단기외채 비율, 예대율, 경상수지, GDP대비 공공부채 규모 등으로 이들에 대한 주의깊은 모니터링, 적절한 해석, 글로벌 표준 부합여부 등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 한국정부의 경우 지역시장 통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금융안정성과 성장을 확대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