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석 국금센터 전문위원은 23일 ‘원유선물시장 금융투자 동향과 국제유가 향방’이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최근 실물수급과 금융여건 변화로 원유 시장에 금융투자자금의 순유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 유가는 타이트한 세계 수급과 금융투자자금의 유입 등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원유시장은 공급 부족 상태인데 7~8월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면서 유가도 반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작년 6월초 배럴당 121달러를 기록한 후 올 6월말 67달러로 하락했다. 그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인 감산 조치와 순매수 자금 유입으로 최근 80달러선을 회복했다.
WTI 비상업 순매수 포지션은 올 6월 27일 1억7000만배럴로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0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으나 7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되더니 8월 15일 2억7700만배럴을 기록하고 있다. 8월 8일에는 2억92000만배럴로 연중 최대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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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유 수요는 하반기 중 전년동기대비 일일 200만배럴 내외로 증가해 세계 수급은 상반기 공급 과잉에서 하반기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으나 조만간 통화긴축 종료 가능성이 높아 투자 심리가 회복될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오 전문위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봇(정책 전환) 기대가 강화되고 달러화가 본격 약세 국면에 진입할 경우 포트폴리오에서 원유 비중을 높이기 위해 신규 매수포지션이 빠르게 증가할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불안 등 일부 약세요인들로 인해 유가 상승 속도는 다소 제한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투기성이 강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유가는 이러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단기에 10달러 이상 급등하는 등 오버슈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오 전문위원은 “금융투자자들은 통상 시세추종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유가 상승 또는 하락폭이 커질 수 있고 이후에는 차익실현과 신규 포지션 구축을 반복함으로써 단기적으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펀더멘탈로 설명할 수 없었던 과도한 유가 움직임은 금융투자자들의 급격한 포지션 변화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국제원유 시장 주요 변수로 금융투자자금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