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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 부부장은 전날 저녁 담화에서 미군의 정찰 활동을 비난하면서 “또다시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측 경제수역을 침범할시에는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위임에 따라 반복하여 경고한다”고 했었다. ‘위임에 따라’란 건,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미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서도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행동을 이미 예고하였다”면서 재차 위협을 가했다.
북한이 미군의 통상적인 정찰 비행을 빌미로 삼으면서 도발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영해도 아닌 EEZ 상공을 비행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배타적경제수역은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을 비행했다고 해서 침범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며 “도발 명분을 축적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김 부부장이 이틀 간 담화에서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명명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전날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족속” 등 표현을, 이날 담화에서는 “《대한민국》의 군부”라는 표현을 썼다. 그간 북한은 남측을 대개 ‘남조선’ 혹은 ‘남조선 괴뢰’ 등으로 지칭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이 공식 입장 발표에서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전통적으로 한민족이라는 특수 관계로 가면, 전술핵을 남한에 겨냥한다는 건 굉장히 모순적인 일이다. 자기 민족을 절멸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라며 “아주 건조한 방식으로 (남한을) 국가로 대상화하고, 언제든지 핵을 사용할 수 있음을 설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여정은 과거 담화에서도 툭 던지는 식으로 ‘제발 서로 상관하지 말고 살자’고 했었다”면서 “남북 관계를 이전과 같이 민족의 특수성을 가진 관계가 아닌, 상종하지 않는 관계로 가려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