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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군수 때 강화로 유치한 연구소가 국민의힘 군수 때 쫓겨난 모양새가 돼 지역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예전 이 연구소의 인천 유치에 힘을 실었지만 이번 서울 이전을 방치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12일 강화군과 국립문화재연구원 등에 따르면 문화재연구원 산하기관인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지난 10월 인천 강화군 옛 강화도서관 건물에서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별관으로 옮겨갔다.
◇강화군, 임대계약 연장 거부
강화문화재연구소는 2024년 준공 예정인 강화군 길상면 황산도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 건물로 이전하기 위해 올 6월께 옛 강화도서관 무상임차 계약을 2년 정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건물 소유주인 강화군은 이를 거부했다.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 건물은 애초 2020년께 준공 예정이었으나 예산이 늦게 확보돼 사업 추진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화군은 옛 강화도서관에서 연구소를 빼라고 요구했고 새 공간을 물색하던 연구소는 문화재청 소유의 서울 고궁박물관 빈 공간을 찾아 옮겨갔다. 강화군이 연구소의 임대계약 연장을 거부한 것은 CCTV통합관제센터를 옛 강화도서관으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연구소가 서울로 임시 이전하자 강화군은 CCTV통합관제센터의 이전 장소를 옛 강화도서관에서 다른 건물로 변경했다. 강화군은 “CCTV통합관제센터의 업무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전 장소를 변경했다”며 “비어 있는 옛 강화도서관 건물의 활용 방안은 현재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강화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연구원의 지방연구소 신설 사업으로 2017년 3월 옛 강화도서관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유정복(국민의힘) 인천시장과 이상복(무소속) 강화군수는 이 연구소 유치를 위해 문화재청에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유치에 성공한 강화군은 건물이 마련되지 않은 연구소에 옛 강화도서관을 5년간 무상 임대해줬다. 하지만 유 시장은 올 6·1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7월 취임한 뒤 강화문화재연구소의 서울 이전을 막지 않았다. 같은 달 취임한 유천호(국민의힘) 강화군수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이전으로 명칭 변경 우려
강화문화재연구소는 몽골 침략기 때 고려 수도였던 강화도의 궁성과 성곽, 사찰지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분야별 학술발굴조사와 물질문화 심화연구를 벌이는 인천지역의 중요한 연구시설이었다. 하지만 인천시와 강화군의 소홀로 인해 이 연구소가 서울로 떠났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번 일로 연구소 명칭에서 ‘강화’가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강화의 대표적인 문화재 연구기관이었던 강화문화재연구소가 강화를 떠났다”며 “국립문화재연구기관이 들어서 강화군의 위상이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었는데 결국 국민의힘 시장·군수 때 내쳐졌다”고 비판했다. 황 소장은 “연구소는 강화에 남기 위해 인천시와 강화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시와 군의 무능으로 중요한 연구시설을 잃었다”고 말했다.
연구소측은 “강화에서 임시청사로 이용할 만한 곳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유물 보관, 보존·처리 업무 등에 필요한 보안환경·시설과 필요 면적 확보에 따른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부합하는 시설을 찾지 못했다”며 “추진 중인 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로 임시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 건물이 준공되면 연구소를 그쪽으로 다시 옮길 것이다”며 “연구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명칭과 기능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화군 관계자는 “강화문화재연구소가 계약기간 만료로 이전한 것이지 군이 내치거나 내쫓은 것이 아니다”며 “서울로 잠시 이전했다가 황산도 건물이 준공되면 다시 돌아올 것이어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