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은 '동원·현대상선' 주채무계열 선정..한진중공업은 제외

박종오 기자I 2019.06.04 12:00:00

금감원, 주채무계열 선정 결과 발표
재무평가받는 대기업 30개…내년부턴 사채도 반영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많아 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평가를 받는 대기업 그룹이 올해 30개로 지난해보다 1개 줄었다. 한국타이어, 장금상선, 한진중공업이 빠지고 동원, 현대상선이 새로 들어가서다.

금융당국은 최근 대기업이 회사채 등을 찍어 직접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해 내년부터 이런 시장성 차입금도 재무평가대상 선정 기준에 반영하기로 했다.

◇올해 은행 재무평가 받는 대기업 그룹 30개…전년비 1개↓

자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 은행·보험사 등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1조5745억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 30개를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한다”고 4일 밝혔다.

주채무계열은 빚이 많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집단이다. 금감원은 전년 말 금융기관의 신용공여(대출·지급보증·유가증권 매입 등 신용위험이 있는 거래) 잔액이 그 이전해 말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잔액(가계대출 등도 포함)의 0.075% 이상인 대기업 그룹을 매년 주채무계열로 지정한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면 매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상태를 평가받고 일정 점수를 넘기지 못할 경우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 자산매각, 부실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 많은 순서로 정하다 보니 현대차, 삼성, SK, 롯데, LG, 한화 등 재벌대기업이 대부분 주채무계열에 들어간다.

올해 주채무계열 수는 작년보다 1개 줄었다. 영업이익 등으로 기존 금융사 빚을 갚은 한국타이어와 장금상선, 채권단이 빚을 주식으로 바꿔준 한진중공업 등이 빠지고 동원과 현대상선이 새로 포함됐다.

주채무계열수는 2016년 39개에서 2017년 36개, 2018년 31개, 올해 30개 등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기업이 신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내부에 쌓아둔 돈이 많고 자금조달도 과거 은행 대출·지급 보증 등 간접 금융시장에 주로 의존하다가 지금은 직접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등 그 수단이 다양해져서다.

실제로 올해 주채무계열 그룹의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237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2조9000억원) 감소했다. 주채무계열 신용공여액이 금융권 전체 신용공여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5%로 1%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현대차, 삼성, SK, 롯데, LG 등 상위 5개 그룹의 신용공여액은 116조7000억원으로 4.9%(5조5000억원) 늘었다. 5개 그룹 신용공여액이 전체 주채무계열 신용 공여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1%로 2.9%포인트 확대됐다.

올해 4월 말 현재 주채무계열 그룹의 소속 기업 수는 4574개 사로 전년대비 9개사 증가했다. 국내 법인(1193개)이 6개 줄었지만 해외법인(3381개)이 이보다 많은 15개 늘었다. 그룹별 소속 기업 수는 삼성(689개), CJ(431개), 한화(426개), SK(414개), LG(405개), 현대차(358개), 롯데(337개) 순으로 많았다. 특히 CJ는 그룹 내 해외법인이 기존 299개에서 356개로 1년 새 50개 넘게 불어났다.

◇내년부터 선정 기준 변경…회사채 등 시장 차입금도 반영

주채권은행은 이달 안으로 30개 그룹의 재무구조평가를 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오너 일가가 갑질, 불법 행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계열사가 분식 회계, 일감 몰아주기 등을 한 대기업 그룹에 재무평가 때 감점을 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정성평가의 배점이 높진 않다”라며 “자의적인 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분식회계 판정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회계분식 사실이 이번 은행의 재무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내년부터는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이 바뀐다. 앞으로 대기업 그룹의 전체 차입금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1% 이상이면서 은행권 신용공여액이 은행의 전체 기업 신용공여액의 0.075% 이상이면 재무평가대상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대기업 집단이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기보다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채무계열 그룹의 금융권 신용공여액 대비 회사채·기업 어음을 통한 자금 조달액 비중은 2010년 말 40.7%에서 작년 말 68.2%로 껑충 뛰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동양증권이나 최근의 금호아시아나 사태처럼 시장성 차입금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이를 포함해 선제적으로 재무평가를 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다만 앞으로 기업이 직접한 조달한 자금까지 선정 기준에 추가하면 은행으로부터 매년 재무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기업 그룹 수가 많이 늘어나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수치를 통해 시뮬레이션해보니 기준 변경에 따라 신규 지정되는 그룹은 전체의 10% 미만으로 나타났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을 기존 자산 규모에서 GDP와 연계한 방식으로 바꾼 것처럼 경제 규모가 커지면 기준 금액도 같이 올라가도록 해 과도한 지정을 방지할 것”이라며 설명했다. 주채무계열 수가 지금보다 1~2개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란 얘기다.

또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대기업 그룹의 재무구조 평가 때 해외계열사 재무·영업 실적을 반영하고 부채비율도 세분화해 점수에 반영키로 했다. 해외 계열사 중심으로 차입금을 크게 늘린 그룹의 경우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해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성조 금융위 기업구조개선과장은 “제도 개선안이 시장에 안착하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기업 그룹의 위험 관리 능력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은행의 실물 부문 자금 중개 활성화, 그룹의 체질 개선 및 경쟁력 제고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주채무 계열 선정 결과 (자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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