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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다방 여종업원 살해 남성...대법, 무죄취지 파기환송

노희준 기자I 2019.01.21 12:00:00

1·2심 무기징역→대법 "합리적 의심 해소되지 않아"
동겨녀 진술 신빙성 의심+ 제3자 범행가능성 배제 못해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법조-대법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대법원이 부산의 한 다방 여종업을 살해한 혐의로 2심까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40대 남성 사건을 무죄 취지로 뒤집었다.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 마대자루를 함께 옮겼다는 동거녀 진술과 제3자에 의한 범행가능성 등에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4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파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라고 21일 밝혔다.

대법원은 “중대한 범죄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하고 그 과정에 한 치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원심 판단에 의문스럽거나 심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판결했다.

양씨는 지난 2002년 5월 21일 부산 사상구 한 다방에서 퇴근한 여종업원 A(사고 당시 22·여)씨를 흉기로 협박해 예금과 적금통장, 신분증, 도장이 있는 가방을 빼앗아 A씨 통장을 이용해 예금 296만원을 인출한 뒤 A씨를 흉기로 수십회 찔러 숨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무직 상태로 일정한 수입이 없는 양씨가 과다 채무상태에서 도박을 즐기다 도박자금과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여성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은 후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봤다.

특히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무거운 마대자루를 양씨의 요구대로 양씨와 함께 옮겼다는 양씨 동거녀 진술을 토대로 양씨가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의심했다. A씨는 마대자루에 담긴 채 부산의 한 해안 안벽 아래 해상에서 발견됐다.

반면 양씨는 A씨 가방을 주웠고 A씨 예금을 인출한 사실은 있지만 가방을 빼앗지도 그 과정에서 A씨를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 예금통장 비밀번호는 가방 속에 있는 신분증과 수첩에 기재된 A씨 휴대폰 번호 등을 조합해 알아냈다는 입장이었다.

1심은 양씨의 신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다. 배심원 평결은 유죄 7명, 무죄 2명이었고, 배심원 양형 의견은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 징역 15년이 2명이었다. 판사는 국민참여재판에 기속되지는 않지만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직접 인정하는 증거는 없지만 양씨가 피해자의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 한 점, 동겨녀가 양씨와 함께 마대자루를 옮긴 점, 양씨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을 통해 A씨 살인이 증명됐다고 봤다. 2심 역시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한 점은 강도살인에 관한 간접증거가 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살인을 해서라도 벗어나야만 할 정도의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 있었는지 다소 의문이 든다”고 판결했다.

또한 “동거녀 진술은 마대자루에서 물컹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뿐이고 그 내용물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은 없다”며 “마대자루를 자동차 트렁크에서 내린 후 피고인이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도 않아 그 증거가치가 제한적인 한계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예금을 인출하기 전에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수사 초기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됐던 이모씨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했다고 보인다”며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이 대법원에 접수돼 있어 추가 심리가 필요한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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