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우리 기업이 온두라스의 친환경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 진출, 개발도상국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이 처음 추진된다. 또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타결을 위한 협상도 속도를 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온두라스는 만성적 전력부족으로 △친환경에너지자립마을 구축 △발전소 건설 △전기차 보급 등을 추진 중인데, 양국 정부의 에너지산업협력 MOU 체결로 우리 기업의 진출이 가시화됐다. 특히 정부는 ‘2030년 기준배출량(BAU) 대비 25.7% 감축’을 기본안으로 채택하되 나머지 11.3%는 외부 배출권을 매입해 상쇄하는 국제 탄소크레디트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추가 감축하기로 한 만큼, 온두라스 진출을 통해 감축목표 달성에 일조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은 “향후 국제사회와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개도국에서의 감축노력이 우리의 감축노력으로 인정받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또 쓰레기 매립장 발생가스 활용 발전시설인 ‘떼구시갈파 매립가스 발전사업’에 투입되는 80억원의 비용을 녹색기후기금(GCF)에서 충당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온두라스·과테말라·엘살바도르·니카라과·코스타리카·파나마 등 중미 6개국과 협상 개시를 선언한 한·중미 FTA가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타결되도록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앞서 중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온두라스가 의장국을 맡는 내년에 한·중미 시카(SICA·한·중미통합체제)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한국이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에 역외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득이 낮은 온두라스 남부 3개 도시에 건설되는 ‘특별개발지구(ZEDE)’에 우리 기업의 진출을 위한 세제 혜택, 기반시설 조성에도 협력하기로 하는 한편, 온두라스 내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조성 사업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더 나아가 ‘3(항만)+1(공항) 개발사업’과 ‘아마빨라 항구 개발 및 대서양-태평양 연결 철도 건설’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가능한지 구체적 정보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온두라스 정부가 북한 비핵화 등 우리 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음에 감사드린다”면서 “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도록 견인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온두라스는 1962년 4월 수교 이래 국제무대에서 우리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전통적 우방국으로, 에르난데스 대통령 방한은 1997년 카를로스 로베르토 레이나 대통령과 2011년 포르피리오 로보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정상 방문이다. 작년 1월 취임해 지난 19일부터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한국을 첫 공식 방문국으로 지정해 22일까지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