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정부가 참여정부의 마지막 부동산시장 규제책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007년 9월 시행 이후 18개월 만이다.
참여정부는 2006년 집값이 급등하자 반시장적인 제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2007년 1·11 대책을 통해 민간주택에 대해 분양가를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1998년 폐지 9년 만에 부활됐다.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3월부터 시행되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 제도에 따라 가격을 통제 받은 민간주택이 공급된 사례는 거의 없다.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공급 위축, 미분양 양산, 건설업체 부실 등 맹위를 떨쳤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 데는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서다. 분양가 상한제의 핵심은 정부가 정한 건축비에 따라 분양가를 책정하는 게 골자다. 분양가를 낮춰 고분양가→기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으려는 게 목적이었다.
실제 이 제도와 함께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집값은 안정세를 나타냈다. 싼 주택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된데 따라 주택매수세가 꺾이면서 집값 급등세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집값 안정의 이면에는 미분양주택이 계속 쌓여가는 부작용이 있었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고, 경기 침체와 주택 구매 수요가 꺾이면서 이는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남아 건설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평균 6만가구를 밑돌던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현재 16만 가구에 달한 상태이고, 집을 팔아봤자 팔리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으로 건설사들은 집을 짓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주택부족을 야기해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결국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시장 침체, 미분양주택 증가, 집값 불안 요인 등으로 폐지 압력을 받아 이달 임시국회에서 존폐여부가 결정된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더라도 공공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는 유지해 민간 건설사들이 함부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 후 나타날 수 있는 고분양가 책정 등 부작용에 대한 최소한의 대처 방안은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업계 자율을 믿고 분양가 상한제를 풀었다가 곤욕을 치룬 서민들 입장에선 정부의 장담이 너무 순진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