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만에 52% 치솟았던 BDI 다시 ‘내림세’…“일시적 현상 무게”

박순엽 기자I 2023.12.11 16:59:21

BDI,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한 주 새 51.9% 급등
中 경기부양책에 더해 연말 프리미엄·EU ETS 영향
지난 4일 최고점 찍은 뒤 나흘 새 25.8% 급락 시작
“미래 시황 개선 기대감·단기 수급 불균형 요인 분석”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급등했던 건화물선 운임지수가 다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번 지수 상승은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근본적인 오름세가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수 상승을 이끈 복합적인 요인이 해소되면 지수가 차츰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철광석·석탄·곡물 등 원자재를 주로 운송하는 건화물선의 운임 동향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달 24일 2102포인트에서 지난 1일 3192포인트로 한 주 사이 1090포인트 급등했다. 한 주 사이 1127포인트가 올랐었던 2009년 6월 3일 이후 약 14년 만에 주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셈이다.

(자료=해운업계)
중국의 경기 침체 영향으로 연말까지 건화물선 운임지수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던 상황에서 이처럼 시황이 갑자기 폭등하자 여러 해석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발표 △중국의 낮은 철광석 항만 재고량 △연말 대서양 항로 프리미엄 현상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제도(ETS) 적용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10~11월 부동산 시장 침체를 극복하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의 철강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져 철광석 재고를 늘리려는 시도가 나타나면서 건화물선 수요가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BDI 급등을 이끈 케이프사이즈 선종은 주로 장거리 항로에서 철광석과 석탄 등을 운송하는 데 쓰인다.

또 매년 연말 나타나는 대서양 항로의 운임 상승 영향과 함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EU ETS 영향이 운임을 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1월부터 유럽을 기항하는 5000GT 이상의 화물선·여객선은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선주들이 유럽 기항을 피하거나 화주들이 미리 화물을 들여오려고 하면서 운임이 치솟았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BDI 급등 원인으로 △엘니뇨 현상에 따른 남반구 가뭄 등 건조 기후로 호주·브라질의 철광석 출하량 증가 △남아공 내륙 물류 차질로 인한 체선 증가 △물 부족 현상에 의한 파나마 운하 통항 제한 강화로 대서양 선박공급 차질 심화·케이프사이즈선 대체 수요 증가 등도 함께 언급된다.

그러나 지난 4일 3346포인트까지 치솟았던 BDI가 지난주부터 연달아 하락하면서 이달 초까지의 BDI 급등 현상은 일시적이었다는 데 무게가 쏠린다. BDI는 지난 5일 3143포인트로 내린 데 이어 6일 2848포인트, 7일 2496포인트로 차츰 하락해 8일엔 2483포인트를 기록하며 나흘 사이 25.8%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최근 나타난 시장 급등은 펀더멘털 개선이라기보다는 미래 시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단기적 수급 불균형 요인 집중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발표된 중국 경기부양책의 실제 효과는 내년 중국 춘절 연휴 이후인 3월쯤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바, 이달 하순쯤엔 철광석 수입 특수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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