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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 발본색원" 팔 걷은 정부…이번엔 뿌리 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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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리 기자I 2021.04.02 16:07:52

정부, 기획부동산까지 합조단 수사 확대
부동산매매업 등록제·양도세 강화 추진
전문가들 “지분쪼개기부터 막아야”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기획부동산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만성적이고 상습적인 투기세력인 기획부동산을 이번을 계기로 뿌리 뽑아야 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기점으로 부동산 투기 근절에 나선 정부가 허위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기획부동산’ 뿌리 뽑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LH 직원 및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을 넘어 기획부동산으로까지 수사망을 넓히는 것은 물론, ‘부동산매매업 등록제’와 ‘토지 양도소득세 강화’ 등 규제 방안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의 전형적 행태인 과도한 ‘지분 쪼개기’ 방지 규제를 우선 과제로 꼽고 있어 향후 제도개선 여부가 주목된다.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가 시 소속 공무원이 매입한 노온사동의 토지 일대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정부에 따르면 LH 사태 의혹에 수사 초점을 맞춰오던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와 경찰, 검찰은 기획부동산 분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열린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직접 기획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도 발본색원에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부동산이란 개발 호재를 미끼로 개발 가능성이 낮은 땅의 지분을 여러 개로 쪼개 고가에 팔아치운 후 부당 이득을 취하는 부동산업자들을 말한다. 보통 지분을 고가에 나눠서 판 뒤 법인을 변경하거나 폐업해버리는 방식으로 운용해 피해자를 양산한다.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토지는 자산가치가 낮고 공유자도 많아 매각이 쉽지 않다. 먼저 투자한 사람이 주변에 투자를 권유하는 등 다단계처럼 운영돼 피해자 지인들까지 같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LH 임직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3기 신도시가 위치한 경기도 일대에서만 해도 기획부동산 의심 사례가 수도 없이 발견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에 위치한 임야 한 필지(6600㎡)의 주인은 무려 9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토건회사가 지난해 4월 이 필지를 8억원에 사들인 후 지분을 조각내 팔아치웠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경기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획부동산으로 의심되는 법인 553곳이 최근 2년간 팔아치운 경기도 내 3기 신도시 일대 토지만 177만여평에 달했다. 총 판매액은 6744억8068만원이나 됐다.

그러나 기획부동산은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법적인 사기요건 충족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다 공동 소유자들이 많아 소송 등이 쉽지 않다. 공유 지분 토지를 처분하려면 모든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산권 행사도 어렵다. 게다가 선순위투자자의 경우 피해자임에도 기획부동산과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정부는 선제적 피해 방지를 위한 ‘기획부동산 뿌리뽑기’ 차원에서 부동산매매업 등록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자유업종인 부동산매매업을 등록제로 바꿔 법인 설립과 변경, 폐업 요건 등을 강화해 기획부동산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여당과 손잡고 ‘부동산 서비스산업 진흥법’을 일부 개정해 법제화에 나설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부동산 매매업자들은 현재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내면 되기 때문에 국토부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추후 부동산매매업이 등록제로 바뀌면 주기적 갱신 등으로 관리가 이뤄지게 된다”며 “해당 업무에 허위, 과장, 불법이 있을 때 처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투기근절대책으로 발표한 토지 양도소득세 인상도 기획부동산 잉태를 막을 수 있단 입장이다. 정부는 현재 2년 미만 단기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내년부터 10∼20%포인트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변창흠 장관도 “양도소득세가 낮기 때문에 기획부동산이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기획부동산들의 전형적인 ‘지분 쪼개기’ 행태를 방지하는 규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매매업등록제와 차익 중과로 기획부동산이 줄어들기야 하겠지만 이로 인해 농촌 경제가 얼어붙고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실수요 목적이 아닌 지분 분할을 제한하는 것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부동산매매업 등록제 등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순 있겠지만, 과도한 지분 쪼개기로 공유자가 많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거래세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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