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 측은 24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빠른 시일 내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최대 49.9% 확보하기 위한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 개발 전문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바이오젠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당시 바이오젠은 지분의 15%인 247억원을 투자하며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았다.
이후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558억원(5.4%. 111만5784주)으로 투자금을 늘렸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결정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4.6% 중 44.5%를 바이오젠에 넘겨야 한다. 콜옵션 행사 기한은 오는 6월 말까지다.
업계에서는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바이오젠 입장에서 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름대로 성과를 내면서 성장하는 상황에서 콜옵션 행사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권리는 사라진다. 바이오젠이 주식발행가(5만원)에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바이오젠은 약 40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동안 투자액(558억원)까지 합칠 경우 총 4558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회사 가치는 약 10조원이다. 콜옵션 행사한 뒤 주식을 전량 매각할 경우 바이오젠은 투자액의 10배를 벌어들일 수 있다. 다만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뜻만 밝혔을 뿐, 주식을 매각할지 보유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로 확보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중 일부를 삼성물산이 매입할 수 있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이에 삼성물산(028260) 측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매입 계획은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결정되지 않았던 만큼, 올 하반기 중엔 삼성물산이 바이오젠 지분 매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외이사는 삼성 측이 3명, 바이오젠 측이 1명이다. 하지만 콜옵션 행사 후 양 측 이사 수는 동일해지고 대표이사도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는 모든 계획을 바이오젠 측과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의사결정이 늦어지거나 양측의 이해가 충돌될 경우 극단적으로는 파이프라인(연구개발 품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삼성 입장에서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늘릴 당위성이 충분히 만들어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더 키워 매각할지, 아니면 콜옵션 행사 후 바로 주식을 현금화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