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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사법 또 유예되나…대학들 ‘폐기’ 건의

신하영 기자I 2017.11.30 11:30:00

대교협 “시간강사 실직 늘 것” 정부·국회에 폐기 건의
강사 처우개선 위해 2011년 제정, 법시행 3차례 유예
올 초 마련한 보완강사법도 대학·강사단체 모두 반발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정규직 교수 처우 개선 집회를 갖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법제화가 추진 중인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대학과 시간강사들에게 모두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폐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간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교육부와 국회에 ‘강사법 폐기’를 건의했다고 30일 밝혔다.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개정(보완)된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신분을 부여한 게 골자다. 현행법에서 대학 교원은 교수·부교수·조교수로 구분되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강사’를 추가했다. 또 강사의 임용(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규정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자동 퇴직토록 했다. 대학은 계약기간만 채우면 ‘해고 통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강사와의 계약을 자동 해지할 수 있다.

강사들은 이에 1년짜리 비정규직 양산을 법적으로 보장한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대학은 1~2년짜리 계약직 교원을 뽑아 쓰고 기간이 지나면 해고하면 그만”이라고 비판했다.

대학들도 ‘1년 이상’ 계약을 의무화한 강사법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강사에게 1년 이상의 고용을 보장해야 하므로 대학은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를 늘리고 강사 채용을 최소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강사들의 강의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필요에 따라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개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교협 관계자는 “강사가 담당 가능한 교과목 중심으로 대학의 교육과정이 편성되기 때문에 경직성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교육여건이 악화되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고 서정민 박사의 죽음을 계기로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만들어졌다. 2011년 12월 국회에서 의결됐으나 강사들의 반발이 워낙 커 지금까지 시행되지 못하고 세 차례 유예됐다. 2015년 12월에는 국회에서 교육부에 보완을 요구했고 교육부는 지난 1월 지금의 ‘보완 강사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학·시간강사 모두 반대가 커 강사법 시행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간 강사법 보완을 위해 노력했지만 대학, 시간강사 등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다”며 “교육부도 국회에 강사법 시행 폐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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