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와사는 12개 뇌신경 중 7번 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안면신경장애 질환이다. 얼굴 한쪽 근육이 마비되고 틀어지며, 주로 안면부 눈과 입 주변 근육에 증상이 나타나 ‘입 돌아가는 병’으로 불린다.
피로한 느낌이 유난히 지속되면서 귀 뒷부분, 뒷목, 머리 등에 통증이 생기고 눈과 입 주변이 떨린다면 구안와사 전조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대표원장은 “눈떨림은 특별한 통증이 없어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만 증상이 두 달 이상 지속되거나 발생 범위가 입쪽으로 확대되면 구안와사(안면마비)나 안면경련 등 뇌신경질환을 의심해보는 게 필요하다”며 “이들 질환의 경우 초기 1개월 동안의 치료효과가 이후의 진행 방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조증상 발생 후 약 1~2일 후에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이 생기며 보통 한쪽 이마의 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눈물이 많이 나오거나 오히려 뻑뻑해진다. 또 입이 마비돼 물을 마실 때 한쪽 입술로 물이 새거나 음식물을 씹기 어려워지는 등 삶의 질이 떨어진다. 눈물이 적절하게 분비되지 않아 불편감이 생기고 소리에 매우 예민한 청각반응을 보일 수 있다. 발병 전 턱이나 안면신경이 위치한 귀 뒷 부분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발병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지만 대상포진, 감기, 스트레스, 과음, 수면부족 등에 의한 면역력 저하, 자가면역 과정에 의한 신경염, 안면이 차가워지면서 발생하는 허혈성 염증 등이 꼽힌다. 환자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2~14%로 유전적인 소인도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철 과도한 냉방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실내외 온도차가 크게 나 체온이 급격히 변하면 감기 등 질환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발병 후 초기 2주간의 치료효과가 향후 진행 방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발병 초기에 신속히 진단 및 치료한다면 80% 이상이 4~6주 안에 회복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도 12개월 이내에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양·한방 통합진료는 안면마비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진단엔 ‘Partial DITI(Digital Infrared Thermographic Image)’로 불리는 첨단 컴퓨터 적외선 열영상진단기를 사용한다. 이 장비는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방출되는 적외선을 감지, 동통 또는 질병 부위의 미세한 상온변화를 천연색 영상으로 나타내 신체 이상을 진단한다. 자연광인 적외선을 이용하므로 안전하다. 구안와사 환자의 경우 특히 안면부위를 집중 촬영한다.
이어 한약 및 양약의 병용요법, 침, 약침, 체질별 컬러테이프요법, 안면수기요법 등으로 증상을 개선한다. 먼저 약으로 체내 염증을 개선한 뒤 한약으로 신체 전반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침은 얼굴과 팔다리에 분포하는 경혈과 경락을 자극해 얼굴의 균형을 맞추고 마비된 얼굴근육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컬러테이프요법은 체질에 맞는 색깔의 특수 테이프를 안면경혈에 붙여서 안면근육의 기혈순환을 개선시켜서 회복을 촉진시킨다. 뇌추나요법은 머리부위와 경추 및 손발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소뇌와 대뇌를 활성화시켜 안면근육과 신경을 강화하는 데 도움된다. 그 외에 고주파를 이용해 심부근육에 온열 자극을 줘 마비된 안면근육을 풀어주고 안면마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문 원장은 “예전에는 감기에 걸리거나 찬 기운을 얼굴에 쏘였을 때 구안와사가 발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종종 있다”며 “과로 및 과음 후 입술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귀 뒤쪽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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