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지난 3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대다수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상황을 좀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폈다. 하성근 금통위원만 석달 째 금리인하 주장을 고수했다.
2일 한은이 공개한 3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대다수 금통위원은 우리경기가 완만하게 살아나며 예상 성장경로를 밟고 있다고 봤다.
한 금통위원은 “1~2월 주춤했던 소비와 설비투자는 2월에는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수출도 글로벌 경기가 회복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고, 주요 수출품의 단가가 올라 향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향후 경기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소비와 투자 심리지표도 개선될 조짐을 보여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하지 않는 한 지난 1월 전망했던 성장경로를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우리 경제가 미약하게나마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니, 국내외 경기 흐름을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정책을 포함한 거시정책수단은 가계부채나 양극화 같은 제약요인 때문에 경기 진작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부작용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하 위원은 “실물 부문의 소비, 투자, 수출 지표가 계속 부진한 상태를 보이고 있고 상당 기간 이런 지표들이 뚜렷한 개선을 나타내기 어렵다”며 “통화당국의 추가적인 금융완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진국의 비전통적인 금융완화정책 기조가 우리를 포함한 각 국의 금융시장이나 실물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완화 기조를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같은 통화정책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효과가 제한적”이라면서 “재정정책을 포함해 여러 경기대책이 종합적으로 강구되고 과감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통위원들은 선진국의 양적 완화 종료 가능성과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금통위원은 글로벌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겨가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실제로 발생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은 급격한 외화유출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일본의 양적 완화 확대와 동시에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된다면 미국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엔화 절하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최근 둔화한 성장에 대응하려면 맞춤형 신용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총액한도대출 제도의 운용을 개선하고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