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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 씨가 숨어 지내던 곳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아파트 지하 기계식 주차장의 기계실 공간으로, 입주민들조차 존재를 잊고 지내던 사각지대였다.
경찰 조사 결과 궈 씨는 외부인이 아닌 해당 아파트의 전 입주민이었다. 과거 이 건물의 관리인으로 근무한 이력도 확인됐다. 약 3년 전 거주하던 집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며 거처를 잃자, 건물 구조와 관리 동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점을 악용해 지하 공간으로 숨어든 것이다.
그의 은신처는 단순한 노숙 공간이 아니었다. 침대와 책상, 의자 등 기본 가구는 물론 각종 가전제품까지 반입돼 있었고, 이동 수단인 오토바이도 지하 주차장에 함께 보관돼 있었다. 전기는 건물 공용 콘센트에 무단으로 연결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지하 원룸’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온 셈이다.
이 같은 생활이 장기간 발각되지 않은 이유로는 해당 기계식 주차장이 노후화돼 이용 빈도가 극히 낮았다는 점이 꼽힌다. 입주민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던 공간이 오히려 은신처로 활용됐다.
그러나 해당 주차 구역의 소유주가 집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이같은 사실이 들통났다. 현장을 방문한 부동산 중개인이 매물을 점검하던 중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고 지하 공간을 살피다 궈 씨와 마주친 것.
중개인이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궈 씨는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맞섰다. 그는 “주차 공간은 입주민 모두가 쓰는 공용 시설인데 내가 지내는 게 무슨 문제냐”며 억지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궈 씨를 주거침입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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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입은 집주인은 “사유지가 무법천지로 점거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국가가 국민 권리 보호에 실패한 것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공공재 관리 부족과 고령층 주거 빈곤이 빚어낸 씁쓸한 ‘도시의 그늘’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영화 ‘기생충’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TVBS는 “‘기생충’에서 전직 가정부가 고급 아파트 지하실에서 남편에게 기생하며 살았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가오슝의 한 아파트에서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