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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봉 군부는 이날 가봉24 국영 TV 방송에 출연해 “모든 보안 및 방위군을 대표하는 우리가 권력을 장악한다”며 “선거 결과를 취소하고 국가 기관을 해산한다”고 말했다.
해산을 선언한 국가 기관엔 정부를 비롯해 상원, 국회, 헌법재판소, 선거기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중앙 아프리카 국가의 모든 안보 및 방위군을 대표한다고 언급하며, 스스로 ‘과도기 국가기관 재건위원회’라고 소개했다. 군부는 성명을 통해 “사회적 통합이 지속적으로 약화하는 가운데 무책임하고 예측할 수 없는 통치가 국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봤다”며 “가봉 국민의 이름으로, 현 정권을 종식해 평화를 수호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방송 출연 직후 수도 리브리빌 시내에서 시끄러운 총소리가 들렸다고 외신은 전했다.
현 정부 측에서는 군부 주장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봉고 대통령의 행방은 지난 26일 선거 투표를 할 때 마지막으로 공개된 이후 보고된 바 없다.
가봉 군부가 밝힌 대로 이번 권력 장악에 성공하면 2020년 이후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8번째 군부 쿠데타로 기록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그간 말리와 기니, 부르키나파소, 차드, 니제르 등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최근 몇 년간 민주주의의 진전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가봉 당국은 지난 26일 치러진 대선 결과 30.77%의 지지를 얻은 야권의 앨버트 온도 오사(69) 후보를 제치고 현 봉고 대통령이 64.27%를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56.65%였다.
가봉은 대선을 앞두고 빈곤에 시달리는 가봉의 변화를 촉구하는 야당과 56년 집권 연장을 노리는 봉고 대통령 일가의 대립으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로이터는 “국제 참관단의 부재와 일부 외국 방송의 중단, 당국의 인터넷 서비스 중단 및 야간 통행금지 결정으로 선거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봉고 대통령은 42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에 이어 집권해 지난 14년간 가봉을 통치했다. 2009년 아버지 오마르가 사망한 뒤 치른 대선에서 권좌에 오른 봉고 대통령은 야당 측의 2016년 부정선거 등의 비판 속에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엔 뇌졸중으로 쓰러져 5개월간 해외에 체류하며 요양하면서 한때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적도 있다. 2019년 1월에는 국내에서 소규모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으나 얼마 안 가 진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