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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벤치마크 구리 가격은 톤당 8297달러로 0.9% 하락했다. 전날 공개된 중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월대비 5% 하락, 7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진 영향이다. 또 같은 기간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를 기록해 수요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했다.
ING의 에와 맨타이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최신 경제지표는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에도 반등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수출이 감소하고 부동산 부문의 둔화가 기본 금속 수요를 해치면서 중국 경제가 힘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리는 대표적인 산업용 금속으로 건설, 전자제품, 무기 등의 핵심 재료다. 원유나 금보다 지정학적ㆍ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데다, 광범위한 산업 부문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여 세계 경제의 건전성 지표로도 활용된다.
당초 구리 가격은 전 세계적인 ‘녹색 전환’ 및 이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구리 가격은 지난해 3월 톤당 1만 70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이후엔 10% 가량 하락한 톤당 83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월엔 톤당 7910달러까지 추락해 연저점을 찍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진 영향이 가장 크다.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의 55%가 중국에서 소비된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긴축 장기화 전망에 따라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경제 전문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구리 현물 가격이 3개월 후 인도분 가격과 같거나 소폭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투자자들이 구리 가격이 곧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올해 건설 경기 침체에도 작년보다 5% 더 많은 구리를 소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구리가 신규 주택 착공보다는 완공을 위해, 즉 짓고 있는 건물에 파이프나 지붕 등을 설치하는데 주로 쓰이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기존 구리 가격에 어느 정도 거품이 끼어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구리 가격이 오를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친환경 정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여서다. 실례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전기차엔 내연차보다 3~4배 가량 더 많은 구리가 쓰인다. 단기적으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여부에 따라 올해 하반기 구리 가격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세계 10대 구리 광산에서 채굴이 시작된 지 평균 64년이 지난 만큼, 즉 구리 1톤을 생산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도 장기적 관점에선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2031년까지 구리 공급이 예상 수요보다 700만톤 부족한 3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40년까지 구리 수요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2025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