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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대우조선해양 합병 ‘조건부’ 승인

강신우 기자I 2023.04.27 11:30:00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결과 발표
가격·기술 정보 차별행위 등 금지
관급 아닌 도급은 방사청 감시 한계
“인력 부족에도 4개월만 빠른 심결”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M&A)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지난 26일 전원회의를 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한화시스템 등 5개 사업자(신고회사)가 대우조선해양(상대회사)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가격·정보 차별 금지 등 경쟁제한 우려 차단

전원회의 심의 결과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함정 부품시장과 함정 시장에서 구매선 봉쇄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봉쇄효과는 하방의 함정 건조업체가 상방 시장에서 함정 부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거나 구매조건 등이 악화하는 효과 등을 말한다.

이러한 봉쇄효과는 신고회사들이 상대회사에 함정 부품에 대해 경쟁사업자에 비해 차별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차별적인 견적을 제시해 함정 입찰 과정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면서 나타난다. 또한 입찰 과정에서 피심인들이 경쟁사업자로부터 얻은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 제공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입찰과 관련해 △함정 탑재장비의 견적 가격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 △상대회사의 경쟁사업자가 신고회사들에게 방위사업청을 통해 함정 탑재장비의 기술정보를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 △경쟁사업자로부터 취득한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부과키로 했다.

이번 조치는 신고회사들이 유일한 공급자이거나 1위 사업자인 10개 함정 부품시장(전자광학·함정항법장비 등) 중에서 함정 건조업체가 직접 부품을 구매하는 도급시장에 적용된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함정 부품을 부품업체로부터 구매해 함정 건조업체에 제공하는 관급시장에선 제외했다.

(자료=공정위)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방사청이 유일한 수요자이므로 방사청을 통한 감시 및 제재가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관급이 아닌 함정업체가 함정 부품을 구매하는 도급은 방사청이 적극적·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시정조치는 3년간 이뤄진다. 이들 회사는 공정위에 반기마다 시정조치 이행상황을 보고 해야 한다. 또한 공정위는 3년이 지나면 시장경쟁환경과 관련 법·제도 등의 변화를 점검해 시정조치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이번 기업결합은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단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분석 인력 부족에도 4개월만의 빠른 승인”

이번 승인 결정은 지난해 12월19일 한화가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지 4개월만으로 이례적으로 빠른 심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애초 이달 중 안건을 상정하고 다음 달 전원회의에서 심의·의결한다는 목표로 이번 기업결합 건을 심사해왔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승인하면서 예상(4월18일)보다 빨리 결론을 내린 데다 여당과 업계의 압박과 국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상황이라는 인식 등이 작용하면서 이달 승인을 결정했단 관측이 우세하다.

공정위 내부에선 이번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광범위한 자료 수집과 분석에 필요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단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 접수 후 4차례에 걸쳐 신고회사들에 보완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이해관계자와 관계기관인 방사청에 의견 제출을 요청해왔다.

아울러 함정 입찰 과정, 방위사업의 특성, 관련 법제도, 외국 사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 수집, 검증과 검토가 이뤄졌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일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앞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는 1년 1개월이나 걸렸는데, 한화-대우조선 건은 4개월 만에 심사를 끝냈다”면서 “공정위에 경제분석 인력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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