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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사참배 파장…한일관계·동북아정세 냉각 불가피

김진우 기자I 2013.12.26 17:51:13

아베, 내년 초 집단자위권 추진 위해 보수층 결집 노려
한·일 정상회담 물 건너 가…동북아 정세 얼어 붙을듯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 등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함에 따라 그동안 경색됐던 한일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한 한·일 정상회담도 상당기간 시일을 기약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를 비롯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조어도)를 놓고 영토분쟁 중인 중·일 관계 경색도 불가피해지는 등 동북아 지역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오전 11시30분께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게 위해 신관을 따라가고 있다.(사진 뉴시스)
◇아베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왜?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지난 2006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7년 만이다. 아베 총리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신사 참배를 전격 결정한 데에는 최근 지지율 급락을 만회하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내각은 이달 초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은 ‘특정비밀보호법’을 강행처리한 이후 몇몇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0% 미만으로 하락하는 등 국정운영의 동력을 크게 상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집단적 자위권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 추진할 과제들을 앞두고 보수세력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아베 총리가 취임한 이후 여전히 한·일 관계 및 중·일 관계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신사 참배에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일본은 한국·중국과 영토 분쟁을 비롯해 과거사 문제, 집단자위권 추구 등을 놓고 각을 세워왔다. 취임 1년이 지났지만 한·중 양국과 정상회담도 갖지 못한 상황이다.

이재영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수차례 한국에 정상회담을 요구한 것은 궁지에 몰려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우리도 이만큼 하고 있다’는 자기정당화를 위한 수단이었다”며 “아베 내각이 앞으로 집단자위권을 추진하는 동시에 집단안보를 확대시켜 굳히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일 정상회담 ‘가물가물’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로 한·일 정상회담은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경화 움직임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에 대해 국내에서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정부 입장도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앞으로 한·일 정부간 대화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국내 여론이 전반적으로 경색된 상황 속에서 한·일 관계를 풀고자 하는 정부 내 목소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또한 상당기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창수 센터장은 “동북아 국가들이 서로 신뢰하면서 협조적 관계를 이어가야 할 시점에 일본이 나쁜 영향을 줬다. 동북아 질서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재영 교수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중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여야 정치권 “강력 규탄” 한목소리

여야 정치권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을 ‘망동’으로 규정하고 일제히 규탄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어떤 행동과 말로도 일본의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과거사는 정당화 될 수 없다”며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참회하고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를 강력히 규탄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아베 총리의 몰역사적 행보에 대해 규탄하며, 한일 관계의 파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질서를 깨뜨리는 망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1970년 폴란드인들 앞에서 무릎을 꿇음으로써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는 평가를 받은 서독 수상 빌리블란트의 역사인식과 진정성을 본받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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