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27일 한진해운(000700)이 외국계 보고서 한 장에 지옥행을 탔다. 대신 국내 증권사들을 든든한 원군으로 맞이했다. 주가도 한때 11%까지 급락한 뒤 오후들어 낙폭을 절반쯤 줄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논쟁1. 벌크선과 아시아 역내항로
이날 ABN암로증권은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보고서를 냈다. 투자의견은 매도였다. 주요 매도 근거중 하나는 "현재 한진해운은 벌크선의 거품에 가장 노출돼 있고 유일하게 회복 중인 아시아 역내 노선의 비중은 작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은 거칠게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벌크선의 경우 올해부터 수급 불균형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지만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의 매출이 83.5%에 달한다. 증권사들은 "그나마 10.3%의 벌크선 비중 가운데 3분1은 전용선인 만큼 벌크선 업황이 영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아시아역내노선에 대한 반박도 줄을 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역내 아시아 항로의 경우 작년 호황기에도 운임이 회복되지 않은 저수익 노선이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진해운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본래 낮았던 만큼 아쉬울 것도 없다는 것.
이런 점을 들어 국내 증권사 분석가들은 `매도 타이밍을 노린 보고서`라며 저의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논쟁2. 2005년 이후
그러나 향후 수익성에 대한 판단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어느 쪽도 논거는 있다.
ABN암로는 현재 컨테이너 운임의 경우 정점을 찍고 15%선이 하락한 상태며 모멘텀도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더 중요한 것은 2006년 수요-공급 균형의 역전 우려는 당장 내년부터 선박 운임 하락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높은 성장이 기대되지만 반대방향으로 꺾일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내년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게 ABN암로의 주장이다.
반면, 한누리증권 "한진해운의 향후 주가는 내년 이후 주요항로인 미국 및 유럽항로의 수급전망에 좌우될 것"이라며 "내년까지의 실적과 운임이 정점을 찍고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굿모닝신한 역시 "해운 경기 사이클과 수급 추세상 내년 이후의 운임상승 모멘텀 둔화는 예상된 악재이며 악화폭은 제한적"이라며 "비수기 효과가 마감되고 본격적인 운임인상 시즌과 해상 물동량이 증가하는 현시점이 재매수의 적기"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논쟁3. 가격대는 적정한가
이날 ABN암로는 한진해운의 주가가 너무 높다고 밝혔다. 1년간 주가 상승폭이 4배에 달하고 KOSPI 상승폭의 134%를 웃도는 등 과도하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증권은 "1년 이상 계속된 해운주의 랠리를 감안할 때, 업황 선반영 과정에서 고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를 감안해도 현재의 주가는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