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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도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김 부장검사를 명예훼손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타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로 했다. 여 차장은 “불명확한 타인의 전언이나 근거 없는 내용을 사실확인도 없이 주장해 기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며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법률신문 기고문에서 “지금까지 소회를 말하자면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란 두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공수처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여 차장이 수사 경험이 없는 어린 검사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배당하면서 무혐의 결론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예측할 수 없는 인사가 수시로 나는 탓에 팀워크가 훼손되고 분란이 반복된다고 지적하면서 “코미디 같은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데, 방향을 잡아줘야 할 처장과 차장도 경험이 없으니 잘하는 건 줄 안다”고 지휘부를 직격했다.
이를 놓고 법조계는 리더십 부재에 대한 쌓여 있던 불만이 분출됐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올해 총 1470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자체적으로 재판에 넘긴 사건은 한 건도 없다. 기관 출범 이후 청구한 체포영장 5건과 구속영장 4건은 모두 기각됐고, 청구한 압수수색영장도 161건 중에 40건이 기각되면서 수사력 부족 논란과 함께 존폐론에 시달렸다. 이밖에 ‘이성윤 황제조사’ ‘검사 줄사퇴’ ‘민간인 사찰’ ‘처장 말실수’ 등 크고 작은 논란도 잇따랐다.
이에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 전문성과 기관장 경력이 없는 판사 출신 지휘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진단이 잇따랐지만, 김 처장은 이를 ‘정치적 공세’라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5월 공수처를 떠난 김성문 전 부장검사는 “내부의 비판을 외면하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며 지도부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가시밭길 예약된 차기 공수처장…후보명단 최대정원 절반도 못 채워
결국 공수처가 출범 3년째 존폐론, 수사력 논란을 떨쳐내지 못하고 내홍까지 격화하면서 후임 처장 인선도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규정상 최대 21명의 후보를 추천할 수 있지만 이번에 실제 취합된 추천 인원은 9명에 그쳤다. 차기 공수처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부담을 느낀 당사자들이 후보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국회에서 김 처장과 여 차장이 후임 공수처장 추천을 상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가 포착된 가운데, 여 차장은 “강경구, 호제훈은 저랑 친한데 수락 가능성이 제로다, 강영수 원장님도 수락할 것 같지 않다”고 언급했다. 해당 인물들은 모두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송곳검증’이 예고돼 있다. 여당은 판사 출신인 김 처장 체제에서 공수처가 제 기능을 못 했다고 지적하며 검찰 출신 후보자를 밀어줄 전망이다. 반대로 야당은 공수처의 본 역할이 검찰 견제라는 점을 들어 비(非)검찰 출신 후보자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초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맡았던 이헌 변호사는 “원론적으로는 조직 설립 취지를 들어 비검찰 출신을 임명하자고 할 수 있으나, 수사 경험이 없는 지휘부 때문에 공수처가 작금의 상황에 처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검증이 잘 이뤄진다면 수사 전문성을 갖춘 검찰 출신 인사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