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고용노동부는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공개했다.
이번 종합대책안에는 35세 이상 기간제·파견 근로자가 원하면 최장 4년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고용기간이 연장된 뒤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되면 퇴직금 외에 연장 기간에 받은 임금의 10%에 달하는 이직수당을 받고, 기간제·파견 근로자에 대한 계약 갱신 횟수는 2년에 세 차례로 제한된다. 계약 기간이 남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되면 남은 계약 기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다음은 권영순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정규직 전환율이 숙련도에 따라 높아진다고 보고 있는데 근거가 부족한 거 아닌가
- 우선 기간 연장을 하려면 당사자 동의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고, 2년 이상 고용을 하게 되면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은 살아 있다. 대신에 정규직 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게 연장을 했는데 이후 고용계약을 해지한다면 이직 수당을 별도로 지급해 구직 비용에 상쇄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를 싼 인건비로 쓰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실태 조사를 해보면 상당수의 기간제 근로자가 기간 제한 폐지를 원하고 있어, 고용안정성 측면에서 접근했다.
△55세 이상 근로자들의 파견 업종 확대는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는 거 아닌가
- 55세 이상 근로자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파견 업종 확대는 고령 근로자의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자는 차원이지 비정규직을 양산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파견직이든 정규직이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에서 파견 근로자의 직종이나 기간 제한을 풀어가려고 한다.
△55세 이상 근로자의 불법 파견을 합법화하는 수순 아닌가
- ‘상시지속업무는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외주화하더라도 불법 파견이 아닌 합리적인 시장 질서를 형성해 나가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정규직은 무조건 선이고, 비정규직은 무조건 악이다’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이 일시적 수요나 대체 효과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요인도 있다. 다만, 차별하지 말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시직으로 전환하고, 상시 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노력이 병행되면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보면 현재 파견보다는 도급이나 용역을 더 많이 쓰고 있다. 파견은 법적 규제를 받지만, 도급·용역 등 외주 노동시장은 오히려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방향은 외주 노동시장의 질서를 법적 틀 내로 끌어들이면서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즉, 법 밖에 있는 도급, 용역을 파견 틀 내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규직의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것 아닌가
- 그럴 의도는 없다. 다만, 저성과자 해고와 관련해 합리적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 관련 노사분쟁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저성과자는 무조건 해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아니다. 즉, 공정한 성과평가, 대상자 선정, 해고 회피 노력 등의 절차를 거친 뒤 개선이 안 된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서 해고할 것인지 등을 내부 규정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다. 해고요건을 완화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반 해고 관련 규율이든 임금체계 개편이든 노사 간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필요한 자문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오늘 발표안 고용노동부 안인데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
- 그건 지금 얘기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 다만, 노사정 논의가 합리적·집중적으로 진행돼 내년 3월까지는 결론을 내달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리고 합의도출에 대해 필요하다면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겠다.
△취업규칙 변경은 법적 변경인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건가
- 가이드라인으로 생각하면 된다.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노사 분쟁이 없도록 대법 판례 등을 모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어떤 내용인지, 사회적 상당성의 개념이 어떤 것들인지에 대해서 해석과 지침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착한 원청과 관련, 법원에서는 파견이냐 도급이냐 보는 기준이 원청이 얼마만큼 근로자에 대해 노무지휘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결국, 정부가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것 아닌가
- 파견과 도급의 기준은 채용과 고용, 근무와 관련해 노무지휘권을 사용사업주가 행사하느냐, 아니면 도급사업주가 행사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판례를 보면 원청이 안전보건의 조치를 해주거나 교육훈련을 공동으로 시키거나 하는 등 근로자들 처우개선에 관여한 흔적이 보이면 그것을 노무지휘권 행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노동법상 핵심은 원청이 사용 지휘, 즉 노무지휘 명령권을 행사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불법파견이냐 등을 따져야 할 사항이지, 하청을 배려하는 것에 대한 다른 사안들, 법상에 요구되고 있는 의무나 권장되는 사안에 대해서 징표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즉, 핵심적인 지휘명령을 할 경우 그것은 불법 파견으로 봐야 하고, 원·하청,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차원에서 우리가 사회 공생발전을 도모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권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다.
△ 기간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다시 설문조사를 해 당사자들이 기간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번 4년 연장안을 폐기할 의지가 있는가
- 노사정 공동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 당사자들이 연장을 바라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면 노사정이 다른 결론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그럼 그 결론에 따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