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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이도형 기자]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황 감사원장은 이날 대선개입 의혹을 받는 국정원에 대한 감사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전날 “부적절하다”고 했던 발언보다 다소 수그러든 모습이다. 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기초노령연금을 100% 지급하는 것은 어렵다며 “조정차원”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황찬현 “국정원 감사 검토하겠다”
황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국정원의 국가기밀 감사는 거부할 수 있지만 직무와 관련한 감찰은 할 용의가 있느냐’는 김기식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정원 감사는 법적 제한이나 감사 기술적인 고려를 통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황 후보자가 ‘가능한 범위 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감사원이 재판에 계류된 사안의 직무감찰은 적절치 않다”면서 단호한 모습을 보였던 전날 청문회와는 입장차를 보였다. 국정원 감사와 관련해 황 후보자의 태도가 다소 적극적으로 바뀐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황 후보자는 ‘법적 기술적 제한 이외의 부분에서 (국정원을) 감찰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김 의원이 재차 묻자 “제약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확인했다.
김 의원이 ‘공직자가 검토하겠다는 것은 안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재차 압박하자, 황 후보자는 “수차례 말했지만 후보자 입장에서 (하겠다 안하겠다 하는 식으로) 사안을 단정적인 것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한발 물러섰다.
◇문형표 “기초노령연금, 100%는 어렵다”
연금 전문가인 문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지금도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100%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에 어떤 생각이 들어있느냐는 김성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장기적으로 재정이 많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문 후보자의 이같은 답변은 평소 연금재정을 중요시했던 소신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같은 경우 박 대통령이 ‘임기중 기초노령연금 100% 지급을 반드시 시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배치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후보자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안의 후퇴가 아니라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조정의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보편적 기초연금을 하는 캐나다 등에서도 상위계층 일부를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는 “(현 정부의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은)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그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안이 미래세대에게 손해라는 지적에 “재정이 너무 지나치게 늘어나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동의하기도 했다.
◇청와대-양건 갈등설도 도마 위에
양 전 감사원장의 사퇴배경도 이날 청문회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지만 그가 박근혜캠프에 몸담았던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사퇴했다는 의혹이 청문회에서 여러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감사원 측은 이를 적극 부인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호 사무총장은 ‘양 전 원장이 장 교수 선임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으로 사퇴했느냐“는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팩트(사실)가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다만 김 사무총장은 장 교수의 감사위원 제청에 청와대가 관여했음은 인정했다. 그는 ’장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자체 추천했느냐 아니면 청와대에서 요청이 들어온 것이냐‘라는 김기식 의원의 질문에 ”자체 추천에는 없었던 인물“이라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청와대 요청으로 제청하는 것은 제청권 원칙상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치적 후폭풍의 중심에 선 부담감 때문인지 양 전 원장은 이날 청문회에서는 출석하지 않았다. 양 전 원장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 사무총장은 ’양 전 원장의 사퇴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추측이나 짐작으로 말하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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