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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지정학 리스크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지정학이 간혹 발생하는 변동성 요인이 아니라 거시 환경과 자금의 흐름을 상시적으로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제 질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는 ‘신뢰의 붕괴’를 꼽았다. 이러한 흐름에서 국방비 확대와 경제수단의 무기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세계 군사비는 지난 10년간 물가 영향을 제외하고도 41% 증가했다.
미국은 제재와 수출통제, 관세를 넘어 베네수엘라산 원유 차단까지 진행하며 중국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을 끊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의존하는 핵심 품목에 수출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시장 접근을 막을 수 있는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를 도입했다.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을 쥔 자원국들의 통제 강화도 이어지고 있다.
연구소는 투자 환경의 변화 축을 △재정지출 확대 △국가신용위험 상승 △변동성의 상시화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국가·업종 간 격차 확대다.
주식에서는 회복탄력성과 다변화, 공급망 장악력이 새로운 종목 선별 잣대가 될 것으로 봤다. 에너지 자립(태양광·원자력·전력망), 기술 주권(자국 서버, 위성 보안, 자체 반도체 개발), 방위 산업, 의약품 생산 등에 발을 걸친 기업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또한 공급망을 어떻게 짜놓았는지와 지정학적으로 어디가 취약한지가 기업 가치를 매기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봤다.
채권 시장에서는 나랏빚 부담이 커지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다 정부의 재정 사정이 금리를 좌우하는 국면이 향후 10년을 규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채 발행이 늘고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장기물 금리에 얹히는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위기 때 장기채가 위험자산 손실을 상쇄해주던 완충 역할도 예전만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나 로젠버그 아문디 투자연구소 지정학 총괄은 “변동성은 이제 금융시장의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라며 “지정학이 투자 판단의 전제가 되는 요소들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모니카 디펜드 아문디 투자연구소 소장은 “저신뢰 세계에서 투자자는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분산해야 한다”며 “자산군뿐 아니라 지역과 통화, 공급망 노출, 정책 환경, 그리고 지정학적 취약성과 기회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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