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의 시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석유화학과 건설, 철강,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국채, 환율 불안이 누적되면서 기업과 금융권 전반에 신용도 하방 압력이 확산하고 있다고 봤다.
글로벌 산업 부정적 전망 우세
션황 무디스 기업 평가 부문 애널리스트는 24일 ‘무디스·한신평 공동 미디어 브리핑’에서 “글로벌 산업 전망은 지난해 중반까지는 긍정적 기조가 있었으나, 현재는 부정적 전망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개별 기업들의 등급 전망을 보면 부정적 등급 전망이 긍정적보다 많다”고 밝혔다.
이날 미디어 브리핑은 ‘변화하는 경제 환경 하의 회복력 구축’이라는 주제로 한국 금융기관 및 비금융 기업 신용 전망을 살펴봤다.
업종별로 보면 가장 우려가 큰 곳은 석유화학이 꼽혔다. 수요 성장 둔화와 지속적인 글로벌 설비 증설로 공급 과잉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에 반등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아시아에서는 포스코,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가 최근 두 차례 등급 하향 조정을 받았다.
션황 애널리스트는 “화학 업체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내년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무디스는 구조적 업황 부진을 반영해 많은 화학 기업에 대해 등급 하향을 진행했는데 부정적 전망이 많아 추가 하향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정부 주도로 산업구조 개편이 추진되고 있지만 업체별 입장 차이가 커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권기혁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은 “장기 불황으로 이익 창출력은 감소하고 차입금은 크게 증가한 상태”라며 “단기차입 대응 여력도 축소되고 있어 향후 신용등급은 구조 개편안의 내용, 실행 가능성, 성과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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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과 마찬가지로 수요 부진을 겪고 있는 이차전지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공급량을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션황 애널리스트는 “무디스는 미국 내 순수 전기차(BEV) 침투율 전망을 2026년 기준 6%로 낮췄다”며 “미국 예산법안(IRA 관련 변화)으로 기존 전기차 보조금 효과가 사실상 사라지고, 배기 규제 등 우호 정책도 약화되면서 업체들은 수익성이 더 높은 하이브리드·내연기관차에 집중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미국 내 한국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의 증설 투자에 기반한 배터리 산업은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권 본부장도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로 수요 위축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국내 업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배터리셀 업체는 AMPC 효과로 일부 실적이 보완됐고 소재 업체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으로 실적이 반등했으나 경쟁력 기반의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설비 투자 확대에 따라 차입금 증가가 지속된 가운데, 투자 성과가 지연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도 불확실…조선·방산은 성장 지속
자동차산업도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 전환 비용, 소비 침체 여파로 불확실성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션황 애널리스트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자동차산업의 수익성 압박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유럽 업체들은 유럽 시장 성장 정체와 중국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마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건설업은 국내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분양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 본부장은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겹쳐 정비사업 사업성이 약화됐다”며 “안전사고 규제 강화도 건설 투자 회복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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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방산의 경우 올해의 호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션황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방위산업은 오히려 수혜를 받고 있다”며 “내년 글로벌 방위업체 영업이익은 10~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유럽, 일본, 사우디 등 주요국의 국방비가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은 장기적 저투자 상태를 만회하는 투자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유럽 내 생산능력 제약으로 인해 미국, 이스라엘, 한국 업체 등도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영업·건전성 모두 불확실
무디스와 한신평은 금융권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고 봤다. 우선 은행권의 경우 영업환경과 자산 건전성, 자본 적정성 악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진단했다.
알린 손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현시점에서 내년 국내 은행 시스템 전망은 올해에 이어 부정적”이라며 “경제성장률 개선과 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환 변동성과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성장 둔화로 영업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 건전성 역시 관세 인상으로 기업 차주의 수익성 약화 위험을 고려해야 된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와 기업 지원 프로그램 확대로 인한 위험 가중자산 증가 가능성, 신규 주택담보대출 위험 가중치를 감안한다면 자본적성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업의 경우 주식 시장 호황과 정부 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개선 전망에 힘이 실렸다. 김영석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본부장은 “주식 시장 활용은 증권업 쪽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 중개 수수료가 증가하고 IPO 등 IB부문의 성장도 기대되기 때문에 수혜를 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증권사에 대한 종합투자계좌 사업자 신규 라이센스 등으로 증권쪽으로 대규모 자본 유입이 기대된다”며 “PF 역시 구조조정으로 인해 이미 상당 부분 위험이 해소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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