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기자도 잡혀갔다…中, '백지시위'하는 이유는[궁즉답]

김윤지 기자I 2022.11.28 15:14:24

中 상하이·베이징 곳곳에서 항의 시위
시위대 및 네티즌 ''백지''로 연대 표현
''표현의 자유'' 제한에 검열 피하는 목적
홍콩·모스크바 시위서도 백지 들어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Q. 중국에서 고강도 방역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하는데, 시위대는 왜 백지를 손에 들고 있는 걸까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도식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에서 백지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상하이 시위를 취재하다 체포된 에드 로렌스의 처우를 우려하고 있다. 석방되기까지 억류된 상태에서 경찰에게 구타와 발길질을 당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BBC 방송은 상하이에서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자사 카메라 기자가 현지 경찰에 붙잡혀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면서 이같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BBC는 해당 기자가 중국 당국의 취재 승인을 받은 언론인으로 일하는 동안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데 유감을 표했습니다. “시위대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로렌스의 안전을 위해 체포했다”는 것이 중국 당국자의 주장이라고 BBC는 덧붙였습니다.

사진=트위터 @Shanghaishang10 영상 캡처
외신 기자가 붙잡혀 갈 만큼 지난 주말 중국 전역이 혼란을 겪었습니다. 상하이·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경제활동을 재개한 2022년에도 중국은 자국의 미비한 의료 시스템 등을 이유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고, 방역 당국이 상반기처럼 ‘봉쇄식 방역’으로 대응하려고 하자 중국인들의 인내심도 바닥이 난 것입니다.

그동안 중국 본토에서 시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올 7월에만 해도 중국 중부 허난성에선 ‘마을은행 예금 인출 중단’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서방 언론이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이라면서 이번 시위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산당과 시진핑은 물러가라”라는 중국 지도부 향한 정치 구호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여론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중국 사회에서, 그것도 경찰이 지켜보는데 말이죠.

SNS에 게재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지역을 불문하고 대다수 시위대가 한 손에 A4 용지를 들고 있습니다. 중국은 질서 유지를 앞세워 반체제 인사는 물론 소셜미디어(SNS)와 댓글 등을 통한 일반인들의 ‘표현의 자유’도 옥죄고 있습니다. 특정 글귀가 담긴 피켓 대신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는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과 처벌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입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나 위챗 등 중국 SNS에 빈 종이를 든 자신의 사진을 게재해 연대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사용자 차단이 있기 전까지 말입니다.

저항을 상징하는 ‘백지 시위’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자 당시 이에 반발한 시민들은 백지를 들고 평화 시위에 나섰습니다. 올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이 백지를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지난 27일 베이징에선 량마강을 따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했는데요, 익명을 요구한 한 참여자는 로이터통신에 “백지는 우리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텅 빈 백지가 역설적으로 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셈입니다.

이데일리 궁즉답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이 알고 싶어하는 모든 이슈에 기자들이 직접 답을 드립니다. 채택되신 분들에게는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 이메일 : jebo@edaily.co.kr
  • 카카오톡 : @씀 news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