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카카오의 익명 송금이 보이스피싱·자금세탁 방지책 강화를 골자로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법 규정에 따르면, 익명 송금은 선불금 충전 기반의 서비스로 상대방 계좌를 몰라도 카카오톡 계정과 카카오페이 계정만 있으면 송금할 수 있다. 단 계좌 대 계좌로 돈을 주고받는 송금과는 개념이 다소 다르다.
충전된 금액은 고객의 전용 계좌가 아닌 페이사 법인 계좌에 쌓인다. 이 돈의 주체가 보낸 사람에서 받는 사람으로 바뀔 뿐이다. 송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와 연관된다면 받은 사람의 계좌 장부 추적이 어렵게 되는 구조다.
그간 카카오 등에서 익명송금이 가능했던 것은 선불전자금융전자업자가 자금이체업을 허가받았기 때문인데 이마저도 허가 장벽이 높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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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전금법 개정안은 2020년 11월 발의된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으로,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소비자는 간편송금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며 “기존 선불전자금융업자도 자금이체업 허가를 받아 송금업무 영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은 송금 1회 30만원 상한선과 1일 200만원 수취 등 별도의 한도액과 수취일을 당일로 한정해 별도의 안전망을 마련했다고 반박한다. 또 카카오는 금융 사기 방지 서비스 ‘더치트’를 통해 수취인의 사기 이력이 조회될 경우 이용을 제한하고 14세 미만 미성년자 역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페이류의 도용·피싱은 주로 대포폰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은행권에서 사용하는 신분확인 시스템조차 사진 위변조나 사본 유출 시 뚫리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 중 실명확인 후 돈을 보내는 절차를 마련한다고 반발할 게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금융실명거래 3조 2항에 따르면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의한 계속거래, 공과금 수납, 100만원 이하의 송금 등에 대해 무기명이 가능하다”며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 익명 송금을 양성화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선불충전 및 간편송금 이용자의 금융 사기 피해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더치트에 따르면 올해 1~7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페이코 등의 사기 피해 건수는 368건, 피해액은 1억 3800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계좌 발급이 어려운 10대의 익명 송금 사기 피해는 20.4%를 차지했다.
반면 핀테크 업계는 청소년이나 외국인 등 개개인의 사정으로 국내 계좌 발급이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들이 전금법 개정안 때문에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계류 중인 동 개정안의 보완 필요성 등에 대해 자금이체업 관련 내용을 포함하여 다각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