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금리인상 두 번 더" vs "더 못 올려"…한은 행보에 엇갈린 전망

이정훈 기자I 2022.02.04 16:39:24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향후 한은 금리정책 전망 엇갈려
JP모건 "인플레 매파 변신한 한은…2월에 또 올릴 수도"
골드만 "4분기 돼야 인플레 진정"…금리전망 상향 조정
노무라 "인플레 높지만 성장 약해…올해엔 더 못 올려"

[이데일리 이정훈 최정희 기자] 새해에도 첫 달인 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이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지를 놓고 투자은행(IB)들 간에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계 IB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한은이 연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점친 반면 올해 우리 경제 성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일본계 노무라는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월 14일 한은 본회의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출처: 한은)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4일 보고서에서 “올해 4월과 3분기, 내년 1분기와 2분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그 결과 2023년말 금리가 2.25%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 기준금리 연 1.25%보다 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4월 추가 금리 인상을 기본 전망으로 하지만 이주열 총재 임기 종료 전인 이달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월14일 통화정책회의 직후엔 올 3분기와 내년, 딱 두 차례 금리 인상으로 내년 말까지 금리가 1.75%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기존 전망에서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며 전망을 수정했다.

박 본부장은 “1월 금통위 의사록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며 “의사록에선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리 동결을 주장한) 주상영 위원을 제외한 다른 위원들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이들은 인플레이션 결과에 따른 비용 부담보다 (금리 인상이) 비용이 더 적게 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부총재로 추정되는 인물이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위험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JP모건은 미국이 올해 정책금리를 다섯 차례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한은의 금리 인상도 기존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게 박 본부장의 의견이다. 이에 JP모건은 1월까지만 해도 올해 1차례, 내년 1차례 총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전망했으나 이번엔 올해 두 차례, 내년 두 차례로 총 네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보고서에서 한은이 올 연말까지 두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연 1.75%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종전 3분기 한 차례 인상 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통화긴축 흐름과 국내 물가 상승 움직임, 경제정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며 특히 금리 인상 추세가 이어지되 속도와 폭 조절에 나서는 이유로 올 4분기 물가 상승세 완화를 들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등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물가 급등이 올 4분기 이후 숨고르기에 나서며 통화 정책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봤다. 이에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치 2.6%에서 3.0%로 상향했으나, 4분기 물가 상승률은 2.5%로 전년 동기 3.6% 대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향후 12개월 전망에선 75bp 인상이 예상되며 내년 초 연 2%까지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2023년 이후에도 한미 간 기준금리 차를 감안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노무라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3.6%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의 3.7%보다는 낮아졌지만 3.4%였던 시장 컨센서스와 3.3%였던 우리 전망을 웃도는 수준이었다”며 “음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한은 목표인 2.0%를 계속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또 “이런 농수축산물 가격 상승과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인해 높은 인플레이션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배달요금 인상도 외식 비용을 더 끌어 올릴 것이며, 호텔과 식당 가격 상승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물가 상승률을 더 높일 것이며 설 연휴 성수품 가격 상승과 기저효과까지 보태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무라는 “공급 측면에서의 요인뿐 아니라 서비스 요금 상승까지 겹쳐지면서 물가 상승세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세 차례 금리 인상으로 10조원 정도의 부채 이자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비스 요금은 더 올라 하반기는 돼야 2.0% 수준으로 물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점쳤다.

노무라는 “이를 반영해 한은은 조만간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종전 2.0%에서 2%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2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며 “이주열 총재도 한은은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동안 휴지기를 가질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11월에 2.7%였던 기대 인플레이션이 1월에 2.6%로 낮아진 만큼 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도 했다.

노무라는 “일단 5월 금통위 회의가 중요할 것 같다”며 “신임 한은 총재 하에서 열리는 첫 회의인데다 2월과 4월 금리 동결 이후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지만, 5월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매파적인 스탠스를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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