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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하에서도 열어놓았던 인도적 교역 매커니즘을 활용해 제재를 해제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대해 이란의 동결자금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장관은 10일(현지 시각) 하원 외교위원회 정책청문회에서 “미국이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는 보도가 있다”는 레그 스투비 공화당 의원의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이란이 다시 핵 합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한다며 우리도 제재를 완화하겠지만, 그 전까지 제재 완화를 얻을 순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우리 정부와 이란은 지난 달 우리나라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묶인 70억달러 규모의 이란 원화자금의 활용 방안에 대해 절차적으로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이 자금을 활용해 현재 이란이 유엔에 밀린 분담금을 납부하고 스위스 내 이란 계좌로 자금을 이전해 인도적 교역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역시 모두 미국의 승인 필요한 부분이다.
이같은 발표 후 이란 측은 “한국 측이 10억달러를 먼저 돌려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실제 동결자금 해제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이 발언이 나오면서 이란이 핵 합의(JCPOA)에 복귀하기 전에는 미국이 승인을 하지 않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애초에 동결된 70억달러에 대해 우리가 해제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스투비 의원의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라며 “핵농축 중단 등 핵 합의를 이란이 준수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제재 해제는 없다는 발언은 블링컨 장관이 후보자 시절부터 이어진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는 인도적 교역 활성화 차원에서 동결자금을 사용하겠다는 논리로 미국과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국내 은행에 예치된 이란 원유 판매대금을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HTA는 미국 정부 허가 아래 스위스에 본사를 둔 의약·의료, 식품 업체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수출하고 그 대금을 스위스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핵 합의를 탈퇴, 이란에 추가 제재를 부과하면서 만들어졌다. 이미 미국 정부 허가와 감시망에 있는 만큼 SHTA를 활용한 교역은 제재 해제와는 원칙적으로 무관하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 핵 합의 복원을 위한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내 동결자금 문제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한 후 “블링컨 장관이 우리의 돈을 오직 음식과 의약품에만 사용할 수 있는 스위스 채널로 이전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 하는 것으로는 새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블링컨 장관의 발언 이후 한국이 이란 자산 동결 해제와 관련해 미국에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처음부터 한국 정부가 이란 체납금(이란산 원유수출대금)을 독자적으로 지급할 결단력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헴마티 총재는 “이란과의 회담 요청은 (이란 주재) 한국 대사가 했다. 이란 자금 반환 발언도 한국 관리들 스스로 했다”며 “나는 이 자리에서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허가를 받았는지를 물어봤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