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프리삭스, 화웨이 옹호 칼럼 썼다 '역풍'

김인경 기자I 2019.01.02 11:49:05

칼럼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에 "위선적"
美 "화웨이에 돈 받았았나" 비난…트위터 계정도 폐쇄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를 비판했다가 미국 누리꾼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게 됐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삭스 교수가 지난달 논문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화웨이와의 전쟁’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이 칼럼에서 삭스 교수는 “미국의 최고경영자(CEO)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을 경우 벌금형을 부과하는 데 그친다”며 “이와 달리 멍 부회장을 체포한 것은 위선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가 캐나다에 요청해 멍 부회장을 체포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게 삭스 교수의 주장이다.

삭스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쿠바, 이란, 수단 제재를 위반한 JP모간체이스는 2011년 883만달러 벌금을 냈다. 제이미 다이먼 회장 개인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방코도브라질(브라질은행), 미쓰비시도쿄은행, BNP파리바, 코메르츠방크, 크레디트아그리콜, 아부다비국립은행 등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이 미 제재를 위반했으나 경영진에 개인에 책임을 물은 적은 없었다고 삭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멍 부회장을 체포한 이유는 중국 경제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라며 “(미 정부가) 중국 첨단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 수출 제한, 인수합병(M&A) 거절 등을 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화웨이 장비에 감청 기술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하지만 증거를 제시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기도 한 멍 부회장은 화웨이가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현재 멍 부회장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벤쿠버에서 생활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멍 부회장을 미국으로 송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인인 삭스 교수가 미국 정부를 비판하고 중국기업인 화웨이를 옹호했다는 이유에서 삭스 교수는 미국인들의 ‘표적’이 됐다고 SCMP는 전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삭스 교수가 2014년, 2017년, 2018년 중국에서 개최된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한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의 배신자”라고 주장했다.

아이작 피쉬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역시 지난 11월 삭스 교수가 화웨이에서 발간한 산업리포트의 서문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화웨이로부터 원고료를 받았는지부터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삭스 교수는 이 서문에서 “화웨이는 놀라운 기업이며 화웨이의 디지털 미래에 대한 비전은 강력하고 흥미로우며 독창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결국 삭스 교수는 쏟아지는 비난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폐쇄하게 됐다.

다만 삭스 교수의 칼럼은 중국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 등은 삭스 교수의 칼럼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달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삭스 교수를 언급하며 “많은 미국인도 멍 부회장 체포 문제의 본질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AFPB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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