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페이스북과 정보 공유…'제 2의 ZTE 우려' 솔솔

김인경 기자I 2018.06.07 11:39:39

페이스북, 전세계 60개·중국 4개 업체와 데이터공유
화웨이 "정보 유출 없었다" 주장에도 의구심 커져
무역전쟁에 대만 문제까지 미중 갈등 고조돼

[이미지=AFPBB 제공]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미국 페이스북이 중국 화웨이와 레노버, 오포, TLC 등 중국 기업 4곳을 포함해 60개 제조사에 자사 이용자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의회는 페이스북이 넘긴 국민 정보가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동원됐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2007년부터 약 60개 기술 기업들과 정보 공유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페이스북은 모바일 기기에서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도록 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협력이 필요했으며 당시엔 플레이 스토어 등 앱 마켓(앱 거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이 같은 파트너십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다. 페이스북이 협력한 업체에는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와 세계 최대 PC 메이커 레노보,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와 TV업체 TCL 등 중국의 4개 대형 IT테크 기업이 포함돼 있다.

페이스북은 파트너십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종료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제까지 문제의 소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화웨이와는 이번 주말까지 파트너십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이 사용자 계정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게 페이스북의 설명이다.

다만 미국 의회는 페이스북이 정보 유출을 한 적이 있었던 만큼 마뜩 찮은 눈치다. 게다가 화웨이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이 미 정보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회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께 화웨이, ZTE(중싱통신) 등이 제작한 중국 스마트폰은 미국 국방부에서 보안상 이유로 사용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ZTE는 국제사회의 대북·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기업들과 7년간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받았다가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고 경영진을 교체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푸는 조건에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페이스북의 협력 업체에 ZTE는 포함돼 있지 않다.

화웨이는 즉시 성명을 내고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지도 저장하지도 않았다”며 “제휴는 화웨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페이스북의 한 임원 역시 “많은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은 여러 중국 제조업체들과 협업해왔으며 이는 우리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통합하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페이스북은 이를 면밀하게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역과 대만 문제 등에서 미중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마크 위너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간사는 “페이스북의 정보가 화웨이 서버로 전송되지 않았다는 거슬 어떻게 확인할 수 있냐”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루이스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 역시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에 맞서기 어려운 구조라 정부가 원한다면 언제든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며 “최근 몇 년간 그들은 방대한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며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내에선 이번 이를 빌미로 자칫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가 가속화되거나 ‘제조 2025’ 견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ZTE처럼 개별 기업의 거래를 막는 방식으로 기업 존폐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게 중국의 우려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 및 운영 활동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며 개방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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