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침묵 깬 신동주, 신동빈 깰 수 있을까

민재용 기자I 2015.10.08 15:36:20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주총회 패배 이후 두 달여 만에 다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전쟁터로 다시 돌아온 그의 손에는 예상했던 대로 법적 소송카드가 들려 있었다. 신동빈 측도 소송은 예상했던 바라며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SDJ(신동주 이니셜) 코퍼레이션 회장이라는 그의 새 직함과 그를 보좌하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등 거물급 고문단은 신 전부회장이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생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그의 의지도 엿보인다.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을 향해 다시 겨눈 칼날은 예상보다 날카롭지는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의 주 무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 위임장과 법적 소송카드가 전부였다. 하지만 법적 소송카드는 이미 예견돼 있었고,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친필 위임장도 신동빈 측에 큰 타격을 입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롯데그룹(롯데쇼핑(023530))도 즉각 대응 보도자료를 내고 위임장의 가치를 평가 절하했다. 롯데그룹 측은 “지난 7월과 8월에 있었던 해임지시서, 녹취록, 동영상 공개 등의 상황에서도 드러났듯이 위임장도 신 총괄회장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의 행위는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으로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적인 반격 행보에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부인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갱신 심사가 이뤄지는 현 시점에서 경영권 분쟁 이슈가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는 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롯데그룹 경영권을 손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롯데그룹 경영자에서 야인으로 내려온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SDJ 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세우고 회장에 취임했다. SDJ 코퍼레이션은 그의 한국 내 활동과 법적 소송전을 지원할 베이스 캠프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거물급 보좌진도 다수 영입했다. 신 전 부회장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 총재를 고문으로 영입, 이번 소송과 관련해 조언을 듣기로 했다. 또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변호사 등을 일본과 한국 소송전의 책임자로 영입했다. 신동빈 회장과의 2차 대전을 간단히 끝내지 않겠다는 신 전 부회장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소송을 통해 그룹 경영권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자신을 부당하게 몰아냈다고 주장하지만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형식적 절차를 거쳤던 만큼 법원에서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신 전 부회장 측이 ‘지분의 경제적 가치’라는 논리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동생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8월 주총에서 동생에게 패해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추후 주총이 다시 열리면 이길 수 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이 자신과 아버지를 부당하게 몰아냈다”는 점을 부각하며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신 전 부회장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도 약점이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인해 자신의 입장을 부인인 조은주 씨가 대독하도록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마이크를 통해 육성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어를 구사하는 신 전 부회장의 이미지가 대중에 부정적으로 비춰 질 수 있어서다.

상황은 분명 신 전 부회장에게 유리하지 않다. 하지만 불리한 여건을 딛고 동생에게 다시 칼을 겨눈 만큼 이 싸움의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아무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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