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수출단가 하락으로 석유화학 업체들과 정유사들의 수출액이 줄었지만, 수출물량과 판매마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 2분기 실적호조..“수출액 줄었지만 물량·마진 늘어”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액은 67억7100만 달러로, 지난 해 같은 달 보다 19억9600만 달러(22.8%) 급감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수출단가도 함께 떨어졌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석유제품을 제외한 수출액이 1.0%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액 감소가 전체 수출 부진을 견인한 셈이다.
그런데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LG화학(051910)은 올해 2분기에 563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 2013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최대 실적이다. 롯데케미칼(011170)도 올해 2분기 63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 해 2분기보다 무려 659% 급증한 것으로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들 기업이 수출액 감소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을 팔아 남기는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기업은 나프타 등 구입해 에틸렌·프로필렌을 만들어 팔거나 이를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합성수지로 한 번 더 가공해 팔아 수익을 낸다.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올해 1월 439달러에서 6월 564달러로 125달러 상승하는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에틸렌(939달러→1419달러)·프로필렌(694달러→948달러)·폴리에틸렌(1156달러→1366달러)·폴리프로필렌(1003달러→1222달러) 등의 가격은 더 많이 올랐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 상승기엔 나프타를 싸게 구입해 한 달 뒤 제품이 만들어질 때 비싸게 팔 수 있는데, 올해는 4~5월 공장보수에 따른 전 세계적인 수요증가로 제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반면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마진이 크게 늘어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석유제품을 만드는 정유업계 역시 올해 상반기 실적이 나쁘지 않다. SK이노베이션(096770), GS(078930)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 중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6130억원, 98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올해 상반기 국제유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한 덕에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올해 1월 배럴당 46.92달러에서 6월에는 60.60달러로 상승했다.
또 올 들어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것도 영향을 끼쳤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을 생산·판매해 얻는 수익이다.
싱가포르 두바이유 정제마진은 올해 1분기 배럴 당 7~8달러, 2분기 6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배럴당 4~5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두 배 가량 많은 금액이다.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모두 수출단가는 떨어졌지만 수출물량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11.2%, 17.2% 증가한 것도 실적 호조세에 영향을 끼쳤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다만 석유화학 및 정유 업계에 대한 올 하반기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원유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여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국제유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기여서 관련 업계의 실적이 좋았다”면서 “3분기에 접어들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판매마진도 떨어지고 있어 하반기엔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