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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씨는 두번이나 놀라고 말았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집주인이 올려달라고 한 전세금에 3000만원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한번, 그마저도 매물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또한번 놀랐다. 인근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들도 모두 비슷한 상황이었다.
“전세보증금 2억원에 집주인이 요구한 3000만원을 포함하면 전셋값이 2억3000만원이에요. 그런데 알아보니 집값은 2억6000만원 정도인데, 아예 팔겠다는 사람이 없다는군요.”
소형아파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나오는 매물은 없고 전셋값만 올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빠르게 오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서울·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아파트는 모두 25만3449가구다. 이 가운데 경기도가 22만379가구, 서울이 2만8796가구, 인천이 4274가구다.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곳도 크게 늘었다. 서울이 284가구, 경기도가 7824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전용 60㎡ 미만의 소형 아파트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역우정에쉐르 전용 59㎡ 전셋값은 2억3000만~2억4000만원, 매매가는 2억4000만~2억5000만원이다. 전세가율이 95.9%에 이르는 셈이다. 이 아파트 전용 59㎡형은 지난해 11월 2억6900만원에 매매된 이후 아직까지 거래가 없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소형 평수는 집값이 오르고 내려봐야 가격 폭이 크지 않아 집주인 입장에서는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사실 힘들다”며 “대부분 전·월세 수익을 보고 투자용으로 산 사람들이어서 집을 좀처럼 내놓지 않아 전셋값만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등촌동 현대2차 전용 59㎡형도 전세가율이 94%에 이른다. 매매가가 2억4000만~2억6000만원 선인데 전셋값도 이에 육박하는 2억3000만~2억40000만원인 것이다. 이 아파트도 지난해 3월 2억5800만원에 팔린 이후 매매 거래 사례가 없다.
전세가율이 93.8%에 달하는 양천구 목동 금호타운 전용 56㎡도 매물이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목동 K공인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지난해 초 최고 3억원에서 지금은 2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며 “집값이 워낙 많이 빠진 상태라 조금 더 기다린 뒤 팔겠다는 집주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분양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 조사를 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전용면적 59㎡형이 공급된 단지 17곳 31개 타입 가운데 30개가 순위 내 청약 마감됐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서울에서 소형 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적고, 가격도 총액 기준으로는 저렴한 편이어서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소형 주택 품귀 현상에 따른 전셋값 급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