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강남구 구룡마을 갈등 감사원으로 '확전'

김용운 기자I 2013.10.30 17:04:01

서울시 구룡마을 재개발 관련 감사원에 감사 청구
구룡마을 주민 및 토지주들 감사원에 강남구청 감사 청구
감사 결과 따라 서울시와 강남구 갈등 매듭지어질 듯

서울의 대표적인 무허가 판자촌인 강남구 구룡마을의 재개발 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청간의 대립이 결국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08년 구룡마을을 실제 무대로 삼아 제작된 영화 ‘특별시 사람들’의 한 장면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서울시내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강남구 구룡마을 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거주민, 그리고 강남구간의 갈등이 결국 서울시와 강남구가 감사원에서 감사를 받는 사태로 번졌다.

30일 구룡마을 주민과 토지주 및 관련 단체들은 1198명의 청구인을 모아 감사원에 강남구청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구룡마을 개발 관련 감사원의 감사를 받으라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을 수용한 바 있다.

국민감사 청구를 주도한 유귀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뿐만 아니라 토지주협의회에서도 강남구청과 구청장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에 동의했다”며 “구청장이 자신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재량권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구룡마을 개발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게 된 것은 2011년부터다. 강남구가 2008년 10월 자연녹지였던 구룡마을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키로 결정했고 2011년 시가 공영개발안을 확정, 구룡마을 재개발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시가 환지(煥地)방식을 도입해 공영개발 외에도 민간개발을 혼용해 구룡마을을 재개발하겠다고 나서자 강남구청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환지방식이란 도시개발을 하는 공공기관이 토지소유주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현금 대신 땅으로 보상해 민간 역시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새누리당 소속인 신현희 강남구청장은 시가 혼용개발로 개발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주민 재공람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재개발 인허가 승인권자인 기초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와 각을 세웠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또 시 국정감사에서 현재 방식대로 개발을 강행할 경우 대토지주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만큼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룡마을 주민들과 보수시민단체들이 강남구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한 것은 강남구가 서울시의 재개발 방식을 반대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의 재정착과 시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환지방식을 이용한 민간·공영 혼용 개발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며 “감사를 통해 서울시의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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