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키징을 모두 일괄 수행할 수 있는 업체인 만큼 패키징 시설 건설과 맞춤형 턴키(일괄 생산) 전략을 통해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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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에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은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미국 내 사업을 더욱 확대하며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팹(공장)을 비롯해 첨단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계획도 갖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 1위 TSMC를 추격하면서도 인텔과의 격차를 벌리는 식의 파운드리 경쟁이 본격 시작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8일(현지시각) TSMC에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달러(약 8조9000억원)와 저금리 대출 50억달러(약 6조8000억원) 등 총 116억달러(15조7000억원) 규모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TSMC는 대미 투자를 종전 400억달러(54조2000억원)에서 650억달러(88조1000억원)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TSMC의 650억달러 투자는 미국 사상 외국인 직접 투자로는 최대 규모라고 반겼다. AI 반도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TSMC를 시작으로 외국기업의 대미 투자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대마 투자를 확대한다. 추가 투자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액은 당초 계획보다 2배 늘어난 440억달러(약 59조576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가 내주 삼성전자에 지급할 보조급 액수를 공개할 예정인데, 예상 총액은 60억~70억달러(약 8조1000억~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기업인 인텔과 TSMC에 이은 세 번째 규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TSMC와 격차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고 투자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 주요 고객들과의 지리적 거리나 관계 구축 등 현지 고객사 공략 차원의 투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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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TSMC의 투자 계획 발표에 이어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이어지면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기지 건설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구체적인 공장 건설 계획을 공개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투자는 테일러 공장을 비롯해 팹과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R&D)센터 등 4개 시설을 짓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TSMC도 이미 40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두 개를 짓고 있다. 이에 더해 250억달러를 추가로 넣어 10년 내 세 번째 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양사는 초미세 공정 경쟁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3나노 공정부터 적용했으며 이를 테일러 팹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조중휘 인천대 명예교수는 “투자 증가로 물량을 많이 확보하고 수주로 이어지면 자연스레 시장 점유율이 오를 것”이라며 “미국이 추가 투자를 집행한다는 건 삼성 파운드리 수율이 어느 정도 안정화하고 고객사도 확보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인텔의 추격은 아직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삼성이 TSMC 추격에 어려움을 겪었던 수율 개선 문제를 인텔도 그대로 경험할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턴키 공급이 가능한 유일한 업체인 만큼 미국 내 첨단 패키징 시설만 확보하면 고객사 공략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종환 교수는 “미국 고객사 입장에서도 턴키 전략은 매력적”이라며 “패키징 업체를 따로 찾을 필요가 없으니 고객사 입장에서도 편리할 것이며 가격 협상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