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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환 발목 잡힐라"…EU, 中 '광물 무기화' 우려

방성훈 기자I 2023.09.20 15:13:48

EU 녹색정책 전환 핵심 희토류, 中의존도 98% 달해
전기차 보조금 조사 반발해 공급제한 보복할까 벌벌
"EU, 자급 노력해도 10년내 中의존 벗어나기 어려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연합(EU) 내부에서 중국의 ‘광물 무기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U가 최근 중국 정부의 전기자동차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데 따른 보복으로 희토류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친환경 정책 전환에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동부 장쑤성 연운항 항구에 희토류 광물이 포함된 토양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AFP)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이외 국가의 희토류 생산량은 약 9만톤으로 2015년 대비 거의 4배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생산량은 10만 5000톤에서 21만톤으로 두 배 증가했다. 그 결과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2021년 58% 대비 크게 확대했다.

FT는 “희토류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매장돼 있지만, 중국만큼 많이 채굴하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생산량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중국은 생산량을 더 많이 늘려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EU 관리들 사이에서 중국산 중요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면 친환경 전환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EU와 유럽의회는 지난해 10월 2035년부터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줄인다는 내용의 탄소배출 규제 법안에 합의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전기차 배터리, 풍력 터빈 등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EU가 현재 희토류의 98%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희토류 수요는 2030년까지 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스웨덴에서 희토류 원소 광맥이 발견됨에 따라 EU는 역내 희토류 채굴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는 등 자급자족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희토류 채굴부터 공급까지 체계를 갖추려면 10~15년이 걸리는 데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U가 지난주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일부 관리들은 중국이 원자재 공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일본을 곤경에 빠뜨린 바 있다. FT는 덩샤오핑이 1987년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한 것을 소개하며, 중국은 이미 30여년 전에 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희토류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전망이다. 희토류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얘기다. 주요 광물 컨설팅 업체인 프로젝트 블루는 글로벌 희토류 시장이 올해 90억달러에서 10년 안에 두 배 이상인 2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EU의 노력이 10년 안에 진전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정치연구소(CEPS)의 에도아르도 리게티 연구원은 “(EU가 자체 조달에 나선다고 해도)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구축한 경쟁 우위를 5년 안에 깨뜨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FT도 “희토류 부문에서 유럽이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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