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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비공개로 진행해오던 회의를 공개로 전환한 데에는 일각에서 비롯된 ‘혁신위 무용론’에 대한 반발이자 당을 향한 공개 저격으로 풀이된다. 야심차게 1호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당내에서 명확한 수용 의사를 보이지 않고 답보하는 상황에서 혁신위의 위상이 처음부터 떨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호 쇄신안인 비위 의혹을 받는 인사가 당 조사 혹은 징계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 ‘자진 탈당’하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꼼수 탈당’ 방지책 발표를 앞두고 당의 혁신 수용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안을 받아들일 것을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재차 촉구했다. 윤형중 혁신위원은 “지금 국민 눈높이에는 칼을 든 검찰이나 철갑을 두른 민주당이 같아 보인다”며 “(민주당은) 검찰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대국민 설득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김남희 혁신위원도 “당에서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놓고 남 일처럼 구경하는 것 같다”며 “‘강 건너 불 구경’하지 말고 혁신위의 의제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반성하며 답변해야 한다. (민주당은) 혁신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당내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국회 본회의 중 일본 여행 계획을 상의한 김영주 의원,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수사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 분당 가능성을 시사한 이상민 의원을 직접 언급하며 “민주당을 오합지졸에 ‘콩가루 집안’이라고 한다. 최근 민주당을 보면 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이미 혁신위의 동력이 꺼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혁신위 출범 자체가 친명(親이재명) 색채를 지닌 위원들로 구성됐고, 제일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이재명 체제’에 대한 평가가 현재까지도 없다는 대목에서다.
한 비명(非이재명)계 의원은 “(혁신위에) 큰 기대가 없다”며 “오늘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오긴 했지만 당 지도부에서 안 받아들이는데 무슨 소용인가”라고 지적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도덕성 상실, 당내 민주주의와 팬덤의 문제가 있는데 (혁신위가) 뾰루지 난 것만 보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 관계자는 “혁신위의 안을 무시하거나 수용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어서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