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정지된 주호영…與 "비대위 유효"vs이준석 "법원 결정 이행해야"

경계영 기자I 2022.08.26 16:43:51

26일 서울남부지방법원, 가처분 일부 인용
국민의힘 3시간여 만에 이의신청 제출
주호영 "당혹스럽다…내일 의총서 논의"
李변호인단 "역사적 판결"…李, 오후 일정 취소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민의힘을 상대로 이준석 전 당대표가 낸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국민의힘과 이준석 전 대표 간 희비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즉각 이의 신청에 나서며 “비대위가 유효하다”고 주장한 데 비해 이 전 대표 측은 “법원 결정을 이행하라”고 맞받아쳤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이의신청 제출…27일 의원총회 소집

국민의힘은 2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 전 대표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가 주호영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준석 전 당대표의 신청을 일부 인용한 지 3시간여 만이다.

국민의힘은 “정당과 같이 자율적 내부 법규범을 갖고 있는 특수한 부분사회에서의 분쟁은 일반시민법 질서와 직접적 관계를 가지 않는 내부적 문제에 그치는 한 자주적·자율적 해결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당 내부의 자율적 결정이나 의결의 적부를 법원이 심리하는 경우에도 정당의 결정이나 의사가 그 절차에 있어 현저히 정의에 어긋나거나 그 내용이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이를 유효한 것으로 그대로 승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자들과 만난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위 발족 자체는 유효하고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만 정지된 것”이라며 “(비대위 구성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없고, 당 상임전국위원회이 유권해석한 부분을 유권해석이 아닌 법률 적용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사법 잣대를 들이대 부정했다”고 해석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직무 집행 효력이 정지된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매우 당혹스럽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주 위원장은 “사법부가 정당 내부 결정을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당의 비상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내일인 27일 오후 4시 의원총회를 긴급 소집해 이번 사태에 대한 원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구성원 뜻 모아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했는데, 법원이 돌연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하니 얼마나 황당한 일”이라면서 “향후 대처는 내일 의총에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주호영(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李변호인단 “역사적 판결”…이준석, 다시 잠적

이준석 전 대표 측은 이번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 변호를 맡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담당변호사·서미옥 법무법인 건우 담당변호사·강대규 법무법인 대한중앙 담당변호사는 “사법부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파괴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 판결”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 변호인단은 “법원은 국민의힘 비대위가 탄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절차가 위법할 뿐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무효라고 판단했다”며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하고,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하며 사퇴한 최고위원은 당헌 제27조 제3항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법원 결정 이후 이날 오후 예정돼있던 JTBC ‘썰전라이브’ 출연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변호인단 입장문으로 법원 결정에 대한 입장을 갈음하고 지금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의 잠적은 예고된 일이기도 했다.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가처분이 인용되면 잠적하고 기각되면 본안 소송에서 다툴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와의 인터뷰에선 “어차피 6개월 동안 직무 정지 기간일테니 저는 원래 하던 일, 당원들 만나고 책 쓰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당에선 인용이 나오면, 누가 무리한 일을 벌였느냐에 대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고, 그 일에 끼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기 전까지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당원을 만나는 활동만 지속했다.

주호영(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휴대전화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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